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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너무 앞서나간다.
한국경제, 너무 앞서나간다.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9.03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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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너무 앞서나간다.

소비와 투자, 즉 총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니, 이 무슨 변괴인가? 총수요가 늘지 않는 한 고용여건 또한 개선되기 어렵다. 다만 ‘불황(不況)형’이기는 경상수지, 특히 지난 2월 이후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행진을 계속해 ‘외환보유고(8월 말 현재 2454억 6000만 달러)’가 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곧 경기가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로써 한국의 대외 채무 변제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이 채권발행을 통해 외화조달에 나설 경우 가산금리가 내려가는 등 긍정적이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렇듯 외환보유고 면에서 보면 한국경제는 안정적이다.

앞서 말한 점을 고려할 때 근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한국의 신용단계를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전환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같은 수준의 외환보유고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뜻 또한 함께 내포하고 있다.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이는 것은 학습효과와 함께 유동성 팽창이 부를 경제적 효과를 개별경제주체들이 이젠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사실 이 점이 부담스럽다. 따라서 일찌감치 본원통화를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다만 현재의 경기진행상황이 앞서 말한 대로 총수요가 늘지 않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기준금리인상이라는 직접적인 카드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그 동안 지수상승을 주도한 것은 막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이지만, 관련 자금의 성격을 세밀히 분석하면 증시에 유입된 자금 대부분이 단기차익을 노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일순간 썰물처럼 한국증시를 떠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사실 이미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의 예상보다 그 시점이 다소 늦춰진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작용한 힘은 역시 우리의 경제외교력 탓이 아닌가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개편에서 강만수 전 기획제경부 장관을 다시 중용한 것과 이 점이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점에 이루어진 피치사의 한국의 신용상태 역시 그 연장선에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이후 한국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간다면 이는 곧 우리의 경제외교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점 또한 긍정적이다.

아울러 지난 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코스피 지수 3,000선이 실현될 개연성 또한 있다. 물론 이후 일정기간 조정 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은 것이 현 증시상황이긴 하다. 그 시점이 바로 9월 이후 오는 12월까지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한다.

이 문제와 정치변수를 연계하는 것은 일단의 무리가 따르지만 영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로서는 10월 재보선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6월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현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따라서 내년 연초 주가는 경기와는 무관하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시까지 상승랠리를 이어 갈 공산이 매우 크다. 아무튼 지금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대내외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굳이 이를 나쁘다고 말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분수에 넘친 평가는 정부 오만, 국민자만을 부를 가능성을 키운다. 이 때 나타날 경제의 부정적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 경기를 결정하는 변수 중의 하나가 기대심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 역시 비관과 함께 오판을 부른다. 경기 낙관론에 대한 수위조절이 필요한 때다.

200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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