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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리 내정자, 정운찬 교수를 말하다.
신임 총리 내정자, 정운찬 교수를 말하다.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9.0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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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너 해 전 일이다. 저 만치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께서 내가 서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경제학회에서 몇 번 만나 지나가는 악수를 너 댓 번 주고받은 적이 있어서 낮이 설지는 않았다.   나는 내심 그냥 지나치려니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과 함께 간결하게 목례를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순간 빚나갔다. 다소 큰 보폭으로, 하지만 조용한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와 반 미소와 함께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마치 익숙한 이를 대하는 것 같아 나는 ‘이분이 나를 기억하고 있나’보다 했다.

 총장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정 총장께서, “정군! 학회에서 몇 번 보지 않았나?”했다. 나는 순간 내 몸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그랬다. 정 총장께서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해마다 진행되는 경제학회 행사에 매번 나가기는 했다. 그렇지만 정 총장께서 나를 기억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정 총장께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듯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소박한 성품의 소유자다. 아울러 평소 옷, 혹은 몸 매무시나 기타 자태 등은 다분히 학자적이라기보다는 샐러리맨 격이다. 그 분의 몸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은 체구나 체형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기품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가까이서 본 정 총리 내정자는 비음이 약간 섞인 듯한 음색과 음의 강약에 있어서 약간 뒤 톤이 높은, 그렇지만 단호한 어투를 가진 그런 인물이다. 이런 음색이나 말의 톤을 보아 그는 행동하기 보다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가 택한 학자의 길은 정말 잘 선택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그분은 또한 진중함을 지녔다. 사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자칫 현 이명박 대통령과 대통령직을 놓고 한판 판가름을 할 뻔 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그를 2007 대선 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진중한 선택은 자칫 자신을 새로운 궁지로 몰고 갈 수 있는 정치판으로부터 구해냈다. 물론 당시의 정치 환경 또한 그에게 그리 적한하지는 않았다. 정동영이라는 야심가와 자가당착에 빠진 손학규라는 인물, 급기야 전 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았던 소위 열린우리당 소속의 몇몇 인물 또한 대권행보에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 전 총장이 이 사실을 옳게 보지 못해 대선전에 뛰어들었더라면 그는 대선결과와 함께 고사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록 대선전을 위한 출정식을 대전에서 치른다는 마직막 플랜까지 세웠으나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출정식 포기라는 옳은 선택을 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그의 진중한 생각과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미 돌아가신, 평소 자신을 아꼈던 어머님의 가호가 있었던 것일 게다.
그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우리 가문에는 3대째 정승이 끊겼다. 가문의 영광을 자네가 되찾기를 바란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고 술회(그분의 자서전 ‘가슴으로 생각하라’에서)하고 있다. 이 말을 고려할 때, 마음이 약해질 때 마다 그를 불러 세워 옳은 길을 가도록 인도한 것은 그분의 어머님이셨다.

어찌되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내정 받았다. 이에 대한 현 민주당의 태도에서 보듯이 그는 그 동안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견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집권 2기 내각의 총리로 기용한 것이다. 이처럼 정책비판자를 우군으로 영입할 수 있는 이 대통령의 열린 생각에 우리는 우선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물론 정치인 정운찬의 반대를 위한 정책 비판이 아니라 경제학자로서의 당연한 비판이라고 수용하면 쉽지만,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비판자를 수용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정치다.

한편 이 대통령이 경제학자 정운찬을 총리후보로 내정한 것은 현 정부가 최근 채택한 국정운영기조 즉 중도실용과 친 서민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즉 이를 구현 하는 데에 정운찬 내정자만한 적임자가 또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분은 충청출신(충남 공주)으로 지역안배라는 요건 또한 충족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제 측면을 고려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후보로 내정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름다운 선택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역사의 이동에 의한 필연적 선택의 일면을 또한 갖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대한 생각과 방법의 차이를 과연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총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때, 과연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의 여부다.

물론 정운찬 총리 내정자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 철학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집권 초 선택했던 국정운영기조를 이 대통령이 최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통령이 평소 국정운영의 핵심기조를 국민, 곧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대통령이 이념이나 기타 새로운 정치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결코 그 동안 견지했던 국정운영기조 혹은 정책기조를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두 사람이 국정운영의 목표를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국민 혹은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둔다면 국정운영기조 및 정책기조에 대한 생각과 방법의 차이 또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더군다나 두 사람 간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치적 입장에는 별 차이가 없다. 즉 국회 내에서 여당과 야당이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 삶의 질 개선에 국회운영의 제 1 목표를 두되, 이들은 정권 창출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 시킬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이에 비해 두 사람은 적어도 이런 입장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집권 2기 내각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9.3 개각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것으로서 옳은 선택이었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총리 후보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지목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정치적) 이기주의를 털어내려는 강력한 의지 또한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저런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운찬 총리 내정자야 말로 역사가 선택한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하겠다. 이는 분명 국민에게 복 되고, 현 정부, 곧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위대한 선택을 한 셈이다.

200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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