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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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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09.1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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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9월 15일 발생한 리먼브라더스(세계 5대 투자금융사 중의 하나)의 파산은 미국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경제에도 실로 엄청난 충격을 가했다. 사실 당시 미 정부는 물론이고, 미 금융정책을 총괄했던 연준(FRB)조차도 그 일이 몰고 올 파장을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충격의 정도는 앞서 말한 대로 매우 강력했으며, 세계주요국 개별금융기관의 위기라는 단순 위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 일은 곧 바로 세계주식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 시장을 전체를 질식시키기다 시피 했다.

 이로 인해 당시 국제금융시장은 즉각 신용경색 상태에 빠져 들었다. 이 같이 국제금융시장이 신용경색에 빠져들자 세계경제에는 즉각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는다. 이를 반증하듯 2008년 4분기 세계 주요국 경제는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물론 그 이전 이를 예고하는 조짐(베어스턴스 사의 파산 등)들이 연이어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 금융 정책 당국은 초기,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실수를 저질렀다.

최첨단 금융기법을 토대로 국제금융시장을 지배하다 시피 한 미국이 왜 그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이는 미 금융정책 당국이 80년 대 들어 자국 제조업이 쇠퇴하자 서비스 산업의 대표 격인 금융 산업의 육성 및 지배력 키우기에만 열을 올렸을 뿐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기관 위기에 대한 사전적 분석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 금융정책 당국은 금융 산업에 있어서 ‘부분과 전체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분석을 소홀히 한 셈이다. 이는 곧 미 금융 정책 당국이 자국 금융시장과 함께 국제금융시장 운용 질서에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그 만큼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업화 시대는 분명 기계론적 세계관을 토대로 성립 발전하고 있었으며, 기계라는 것은 반드시 부품으로서의 부분과 부품의 종합으로서 기계가 상호 작용하는 특성을 갖는다. 즉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라는 전체는 그 중 어느 한 부분만이라도 고장이 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로서의 기계 또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금융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점을 바로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미 금융정책당국은 이 점조차 옳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부분 금융조직의 단순한 하나로서 리먼브라더스를 바라보았으며, 설령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더라도 자국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에까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금융시장 조직은 다분히 기계적이다. 즉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이제 서로 경쟁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 형태의 기계적 결합 속에 있다.  이는 곧 부분과 전체가 상호작용하는 큰 틀 속에서는 경쟁자체가 제한적 경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먼 사태가 한국의 금융기관에까지 직간접 영향을 반드시 미친다는 점이 이 사실을 입증한다. 아무튼 이는 비단 금융 산업뿐만이 아니라 지금 세계의 모든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거듭 말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부분과 전체로서 상호작용 속에 있으며, 제한적 경쟁 속에 있다. 문제는 앞서와는 달리 이 점을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20세기 말,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를 규정하는 WTO 체제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보다 완전한 자유경쟁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은 분명 잘못되었다는 것이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입증된 셈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국제경쟁에서 뒤처져 미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하면, 그 동안 경쟁자였던 미국의 퇴출로 다른 국가,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일본 곧 이들 나라의 경제가 더 좋아지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미국경제가 경쟁력 약화로 세계시장에서 퇴출되면 그로 인한 충격이 세계경제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처럼 이제 세계와 세계 속의 모든 개별 국가는 전체와 부분으로서 상호 유기적 결합을 하고 있다.

리먼 사태 1주기 곧 글로벌 금융위기 1주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이제 세계 및 세계경제의 근본적 윤용 질서, 즉 이들이 상호 유기적 결합 속에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1주기를 맞아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의 경제운용방식에 일대 전환을 요구했고, 지난 1년 세계는 이 문제를 옳게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주효했다. 그것이 주효했단 것은 전체로서의 세계경제와 부분으로서의 개별 국가경제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의 재발견을 통해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 내었기 때문이다.

200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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