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3-07 11:51 (일)
민주주의의 발상지, 그리스 국민들이 선택한 국가부도(디폴트)에 대처하는 자세
민주주의의 발상지, 그리스 국민들이 선택한 국가부도(디폴트)에 대처하는 자세
  • 이명훈 기자
  • 승인 2015.08.04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리스 치프라스총리

[시사브리핑 윤지경 칼럼]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그리스 국민들은 국민 투표를 통하여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그밖에 독일이 이끄는 유로존 기구 등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추가 긴축안에 대하여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가지고 나왔을 때, 국제 사회의 많은 이들은 그리스 국민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그것도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61%의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IMF에서 빌린 16억 유로(약 2조원)을 상환하지 못하여 이미 국가부도(디폴트)상태다. 국내 언론에서는 기술적 디폴트(Technical Default)라고 직역하여 보도하였는데 기술적이라는 말보다는 장부상 국가부도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장부상으로는 분명 국가부도 상태인데 현실적으로는 아직 여전히 협상 중에 있다. 이혼은 했는데 아직 함께 살고 있는 부부처럼 불편하고 애매한 관계가 보는 사람들에게 마저 위태롭게 보이고 있다.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며 옛 생각에 빠져든다. 1997년 11월 21일, 우리나라도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여 그 대가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당시 전 국민은 빚진 나라의 국민으로써 그 책임을 함께 하고자 집안에 있는 금이란 금은 모두 내놓았다. 장롱 깊숙이 꼭꼭 숨겨져 내가 다치고 아플 때도 나오지 않던 나와 내 동생의 돌 반지도 이때 세상 밖으로 나왔다.

 ‘금 모으기 운동’과 함께 그 당시 ‘영화 <타이타닉>안보기 운동’도 함께 일었다. 영화를 보면 ‘금모으기 운동’으로 모은 돈이 미국으로 다 빠져나간다는 매스컴의 보도에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꾹 참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꿈에 나오고, 영화의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안보면 평생 후회할거라는 친구들의 말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빚쟁이 나라 살리겠다고 두 팔 걷어붙여 우리 집 금도 내놓은 부모님께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학교에서는 가장 잘 생긴 아이가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은행장이던 그 아이는 귀티 나는 외모로 부잣집 아들이란 소문이 자자했는데 나중에 들리는 소문이 구조조정으로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당해 휴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라가 부도가 난다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우리 나라 국민들은 그리스보다 앞서 경험하였고 전 국민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 2001년 8월, IMF에게 진 채무 135억 달러 전액을 모두 상환하고 구제 금융을 완전히 졸업하게 되었다. 이는 예정일보다 8개월 앞당긴 것으로 최단기간 비약적인 경제 발전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린 이후 또 한 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었다.

그리스 사태와 비교하여 돌이켜 보면 IMF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우리는 너무 고분고분하지 않았나 싶다. 30대 그룹의 절반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친구의 아버지처럼 수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어 그 가족들 모두가 고통을 받았다. 내실 있는 기업들의 상당수 지분과 빌딩 등은 헐값에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빚지는 것 싫어하고 월드컵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는 하나로 똘똘 뭉쳐 ‘대~한 민국’을 외치는 국민성으로 우리는 비교적 단시간에 국가부도 위기를 벗어났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채권단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당당한 그리스 국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이 사태를 헤쳐 나갈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스의 기세에 밀려 채권국들이 요구 조건을 완화시킨다면 이 또한 하나의 선례가 되어 국제 사회의 질서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주권 행사는 가장 중요한 권리이지만, 그 결과가 그렉시트로 이어져 자국 통화인 드라크마가 재사용되고 국제 사회의 경제적 조치들이 이어졌을 때, 이를 그리스 국민들이 감당하고 극복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Profile

윤지경 대표

힐링 강연 및 비즈니스 전문기업 리치우먼코리아 대표
게으른 당신을 위한 <놀면서 하는 재테크>, 흐름출판 저자
재무컨설턴드․머니칼럼니스트 (한국경제 TV 패널출현)
한화금융에셋․한화증권 HFA (Hanwha Financial Advisor)
기업․단체 재테크 세미나 및 영어요가, 필로싱, 바디스킬 릴리즈 전문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