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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 정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야
세종시 문제, 정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야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11.02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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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총리의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세종시 건설 문제를 놓고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박근혜 의원의 말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의원은 ‘원안(原案), 플러스알파가 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이러한 박근혜 의원의 입장을 겨냥해 최근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이전은 정치적 신뢰 이전에 국가 대사'라며 자신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리고 박근혜 의원을 만나 설득해보려고 전화까지 넣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은 정운찬 총리의 그 같은 태도에 대해 ‘그것은 개인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즉 충청도민과의 약속이니만큼 자신을 만날 것이 아니라 충청도민을 만나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누구든 박근혜 의원의 말을 흘려듣다간 큰 코 다친다. 그녀의 말은 애초 원칙에 충실하다보니 반드시 객관성을 담보한다. 즉 박근혜 의원은 정운찬 총리의 입장에 대해 “ 약속을 쉽게 뒤집겠다는 것은 국무총리께서 월 모르시는 것”이라면서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발 모르시는 것”이라고 덧붙이기 까지 한 것이다.

이러한 박근혜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정운찬 국무총리의 다음 대응이 궁금하다. 결국 정 총리는 당분간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 총리로서는 시간 싸움을 전개하는 방법 외엔 별다른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이로서 정 총리의 리더십 또 한번 손상을 입게 되었다. 이를 좀더 확대 해석하면 종래 이명박 대통려의 리더십이 손상을 입은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정 총리의 입장이 곧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애초 정치적 사안이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 간, 혹은 차기 대권주자 군 간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서 매우 어려운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 갈 수 없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이 문제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함께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서 이후 지지율 또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 문제 때문에 이 문제 해결의 옳은 방향을 피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더 이상 총리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께서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단안을 내려야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정부의 입장은 더욱더 난처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수도인 서울시를 제쳐 둔 채, 세종시와 같은 또 다른 신행정중심복합도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시 건설의 경우 애초 국민적 필요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인해 등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적 이해를 배제하면 이 문제의 처리는 의외로 간단해 진다. 지금 세종시 건설 문제가 논란을 빚는 것도 앞서 말한 대로 정치적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코 대국민 약속 즉 신뢰의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 건설의 경우 애초 잘못 입안 된 것이니만큼 원안을 백지화하고, 보다 새로운 기능형 자족 도시로 건설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09.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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