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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칼럼리스트 송호근 교수께
중앙일보 칼럼리스트 송호근 교수께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09.11.04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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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알일보에 칼럼을 쓰는 송호근 교수님, 우리는 진정으로 교수님의 글에 신뢰를 보내고, 그 글을 토하는 교수님의 심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는 교수님의 글을 읽을 때 마다 깊은 감명과 함께 제반 사회문제에 대해 옳게 대처하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이 글을 내가 쓸 것이 아니라 어느 정책당국자가 썼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방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책당국자는 교수님의 글을 읽지도 않을 것이며, 설령 읽었다고 한들 깊이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불행은 바로 이런 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공직자의 비민주적 작태 속에 우리사회가 갇혀 있는 것이지요. 사실 정책 입안을 책임진 공직자는 어떤 사안이 닥칠 때마다 그 책임 면하기에 우선 급급합니다. 승진이라는 후일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정 분야를 담당하던 정책당국자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아예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굳이 적시하면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이 감사의 대상이며,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들 대부분이 보신과 안일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덕목 중 최우선에 둡니다. 이 점을 일견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공직자의 이런 태도야 말로 우리사회를 좀 먹은 일입니다.

사실 교육문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문제가 옳게 처리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들은 교육문제를 포함한 제반사회 문제에 대해 옳은 방안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이 부를 사회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우려해 외면해 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송호근 교수님은 다릅니다. 우리사회의 많은 교수들 대부분이 정책당국자와 같은 태도를 취합니다. 그들 역시 태반이 보신과 안일에 목숨을 겁니다. 우리는 2007 대선에 모 후보 특보니 자문위원이니 하는 직함을 가지고 수많은 교수들이 참여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을 명예롭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명예는 오물보다 더 더러운, 똥통 속의 것입니다. 이 표현을 이유로 내게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해 오는 교수가 혹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그런 교수가 많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할 교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 시대에 교육이념을 옳게 이해하고 옳은 교수정신을 전개하는 진정한 교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송 교수님이야말로 옳은 교수정신을 실천하는 유일한 교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일은 분명 비극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교수니까 하면서 넘깁니다.

어떤 사회현상이든 그 곳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합니다. 모든 사회가 계약 관계에 놓이는 이유입니다. 이런 사회관계에 잘 못 끼어들었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반 사회현상에 대해 그저 눈을 감거나, 마음속에 집어넣어 둔 채,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교수로서의 신상에 더 이로울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교수신분을 가졌다면 누구나 더 큰 꿈을 꿀 것입니다. 그 꿈은 사회나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위와 영달을 위한,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무의미한 개꿈들을 꾸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평소 말하기 좋아하고 글을 쓰대 다간 자칫 정책당국으로부터 미움을 사거나 잘못 걸려들어 더 큰 행운을 차버리는 어리석은 결과에 직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사실 교수는 진실보다는 정권에 아부하는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신상에 더 이롭습니다.

그러나 송 교수님은 다릅니다. 모든 것을 던져 놓은 듯 늘 옳고 바른 글을 쓰시는 송 고수님, 우리는 교수님을 진정으로 존경합니다. 물론 여담이기는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사족을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후 송 교수님 역시 서울대학교 총장이 되고, 총리가 되고, 종래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당신의 앞길을 막지 못합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송교수님께서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어 교육현실을 바로잡고, 적어도 교육 혹은 교육제도가 국민 삶을 옥죄는 일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송호근 교수님입니다.

사안을 옳게 볼 때, 옳은 대처방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당신이 목하 고민 끝에 쓰는 칼럼마다 우리사회가 짓는 불합리와 세태가 옳게 전개되어 있고, 그 대처방안 또한 옳습니다. 이는 현실을 보는 교수님의 눈이 남다르기 때문이며, 마음속에 한가득 정의로움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송호근 교수님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200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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