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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구제역 80% 보상 규정은 닭, 돼지, 소 등 축산농가 지원 기준에 미달
AI‧구제역 80% 보상 규정은 닭, 돼지, 소 등 축산농가 지원 기준에 미달
  • 조규상 기자
  • 승인 2017.02.20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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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리협회장은 “살처분 보상금 100% 정부 에서 지원해야 마땅"주장
[시사브리핑 조규상 기자]지난해 조류독감(AI)에 이어 올들어 구제역을 축산농가의 피해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의 부실한 대응과 관리가 사태를 키운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현행 AI‧구제역 80% 보상 규정은 닭, 오리, 돼지, 소 등 축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축산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대상이자 병을 키우는 화근으로 지목돼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제역 백신 접종·관리 책임을 농민들에게 묻기 보다 백신접종 교육 강화와 함께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더불어민주당 구제역·AI 확산방지특별위원회(이하 민주당 구제역·AI 특위)가 개최한 생산자단체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시가의 80%를 살처분보상금으로 지급하는 현행 발병 농가 지원 기준이 고쳐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날 김병은 한국오리협회장은 “살처분 보상금은 100%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마땅하다”면서 “현재 장제 매몰처분을 하는데 있어 의심 신고한 발병농가에 시가의 80%만을 지급하는 일은 신고를 늦추고 질병을 상재화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은 “80%를 보상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일단 농가가 AI신고를 하면 몇 달 동안 닭을 기르지 못하기 때문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보상마저 100%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 신고하는 농가에게 시가의 80%만 보상하는 현행 규정은 신고를 망설이게 만들어 주변 농가들에게 AI가 퍼지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구제역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속에서도 먼저 신고하는 농가가 20%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에 농가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최대한 신고를 늦추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첫 발병 신고 농가에게 살처분 보상금을 80%지급하고 주변 농가들에게 살처분 보상금을 100% 지급하도록 규정한 현행 보상금 지급 규정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그는 “수입‧유통‧제조(소분)‧농협중앙회‧거점축협‧지역축협 등 7단계를 거치는 현행 백신 수입‧유통 구조가 백신관리 부실과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1마리에 20만원에 이르는 소각비용을 지급해서 환경오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매몰 위주의 살처분 방식도 선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구제역·AI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은 이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하는 나라들에서 강제 살처분 보상금을 80%만 지급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먼저 신고한 농가가 손해를 보는 이런 이상한 규정은 질별의 상재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은 대부분 살처분 가축을 소각한다”며 “구제역 소독약을 정원에 뿌리면 잔디가 죽는다. 소독제 뿐 아니라 백신에 이르기 까지 동물약품은 독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 사용을 꺼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에 안전성이나 효용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 한우협회장을 지낸 나도 냉장보관한 백신을 상온상태에서 18℃~20℃로 유지한 다음 접종해야 한다는 것을 얼마전에야 접했다”며 “백신접종에 대한 농가 교육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지난해 6월 질병 발생농장의 보다 신속하고 자발적인 신고와 방역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빠른 신고시 살처분 보상금을 80%에서 100%로 상향하고, 질병 발생을 숨기거나 지연 신고하는 농가에 대한 보상금 감액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경연은 특히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구제역이 발생한 경우 현재 보상 지급률인 80%가 아니라 100%보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올들어 발생한 구제역은 백신정책 채택이후에도 계속해서 구제역이 발병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며 “항체형성률이 100%이어도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는 농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 젖소의 경우 우유생산량이 감소하는데 이것을 농가들이 감수하면서 백신을 접종하고 있음에도 농가들이 백신관리를 소홀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AI와 구제역은 우리 축산농가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만큼 온 국민이 이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며 “최근 3월 출산할 예정이었던 임신소가 백신을 맞고 고열 증상을 보이며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소독과 방역에 대한 책임을 농가에게 떠미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춘진 민주당 구제역‧AI특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항체형성률 100%가 반드시 백신의 방어력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항체가 형성돼도 병에 걸릴 수 있다”며, “백신에 대한 농민 이해를 드높일 수 있도록 정부에서 백신의 항체형성률외에 실제 방어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일치율, 그리고 바이러스의 면역학적 상관성(r1값)을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진현 민주당 동두천·연천지역위원장은 “요즘 지역 농가들로부터 사육규모 50마리 이상 농가들에게도 공공방역수의사가 직접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구제역 발병이 반복하고 있지만 지역에선 제대로된 대응 매뉴얼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윤호중 의장은 “AI와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정부가 위기 관리에 매우 취약하고, 그동안 농축산업 문제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를 받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체계적 매뉴얼과 신속한 대처로 피해 확산을 막아달라”고 당부하며, “빈번히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아울러 보조인력 확충 등 선진축산을 향한 대책 마련에 더불어민주당이 앞장 설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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