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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리뷰] '포큐파인 호수'
[부산영화제 리뷰] '포큐파인 호수'
  • 한성수 기자
  • 승인 2017.10.18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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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한성수 기자]

여름방학을 맞아 한적한 시골로 놀러 온 소녀의 성장담인 <포큐파인 호수> 는 그닥 새롭지 않은 영화다. 

주인공 비 (샬럿 샐리스버리) 는 도시에서 살기 원하는 엄마와 할아버지의 가게를 이어 받으려는 아빠의 갈등으로 인해 이혼 위기에 처해있는 부모를 무기력하게 바라봐야만 하고 종종 현기증을 동반하며 정신을 잃을 정도로 병약한 아이다. 도시에서 건너 온 작고 약한 소녀가 외딴 시골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며 영화는 정해진 수순처럼 또래의 다른 소녀인 케이트 (루신다 암스트롱 홀) 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소녀를 대비시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방식 또한 익숙한 조합이다.

영화는 두 소녀가 우정을 쌓아나가는 순간을 켜켜히 쌓아나간다. 늘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케이트다. 처음 만난 날 자신의 집에서 자기를 권하며 침대에 나란히 누워 프렌치 키스를 하기도 하고 토론토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막무가내의 제안을 한다. 

 

당돌하기까지 한 케이트는 비의 감정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모든 걸 앞서나가며 주도하는 데 비에겐 일종의 선망의 대상처럼 보인다. 소극적인 성격의 비는 부모의 이혼이 다가왔음을 알면서도 정말 이혼할 거냐며 물어보는 것외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지만 결국 아빠와의 화해가 불가능하다며 급하게 떠나려는 엄마에게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내보인다. 

비를 선망하는 것은 케이트도 마찬가지처럼 보이는데, 사고뭉치 큰 오빠만 감싸는 엄마와 어리다고 무시하는 언니 사이에서 케이트의 일상은 답답하다. 영화의 마지막, 토론토로 떠나는 비 앞에 짐을 싸들고 달려 온 케이트는 비가 멈칫하자 한껏 과장된 표정과 말투로 어차피 토론토로 갈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케이트는 토론토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자신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이 외롭고 지루한 마을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 한 여름의 소낙비가 그렇듯, 갑작스레 친구가 되었지만 헤어지게 된 두 소녀는 자신이 속한 도시와 시골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자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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