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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轉...金대중 전 대통령 투쟁이력 따를 사람없다
反轉...金대중 전 대통령 투쟁이력 따를 사람없다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1.14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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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劇)의 묘미는 바로 반전(反轉)에 있다. 극(極)은 이 반전(反轉)을 통해 갈등(葛藤)국면을 이끌어낸다. 이후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극(劇)이 지리멸렬해지기도 하고, 아니면 더욱더 흥미(興味)를 돋우기도 한다.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지속적으로 얻자면, 작가는 바로 이 반전을 통한 갈등 국면을 잘 창조해야 한다.
 
정부가 내어놓은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은 바로 정부의 정책 운영에 있어서 일종의 반전에 해당한다. 2년 전 이명박 정부는 정부 운영의 대서사시를 갓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작부터 문제를 야기했다. 대본의 서막은 이랬다. 국정 장악을 위해 정부조직 을 개편하는 것이 그 서막이었다. 그러나 이 서막은 국회저항과 함께 당초의 뜻을 모두 관철하지 못한다. 뒤이어 벌어진 것이 초대 내각 및 대통령실 수석들에 대한 인사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은 ‘고소영 내각’ 혹은 ‘강부자 내각’ 취급을 받으면서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성격을 각인한다. 바로 부자정부 혹은 부자를 위한 정부로 낙인찍힌 것이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허덕이는 국민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을 준다.

한편 이 소동이 가라앉기도 전에 곧 바로 뒤이어 터진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 대 저항에 직면한다. 갈등 국면이 본격 시동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광화문 광장, 청계천 광장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도시가 일제히 촛불 시위대에 장악 당한다. 이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의 두 번에 걸친 직접 사과가 있었고, 급기야는 경찰의 강경진압작전이 전개된다. 경찰의 강경 진압 작전에 무력해 진 것이 시민이다. 그것은 급기야 용산 사태를 촉발시킨다.

사실 살아있는, 그것도 정치의 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신 권력에 대해 국민이 저항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하다. 실제로 시민 저항의 끝은 참담했다.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이 저항은 일단락된다.
만일 이 극단의 저항 사태에 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 서거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역사의 대소용돌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것을 획책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 정부의 명운을 장대 끝에서 땅으로 끌어내려 안전을 담보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투쟁이력을 따를 사람이 한국에는 또 없다. 만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이 담보되고, 이 정부에 대한 투쟁의 강도를 높여갔다면 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질풍노도(疾風怒濤)처럼 번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의(時宜)는 이명박 대통령을 돕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그로부터 두 달 여 만에 서거하고 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과 연계되어 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청중 앞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시 서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든 노구의 몸을 이끌고 다시 청중 앞에 서서 민주주의 후퇴를 말하지 않았나? 옳고 그름은 역사의 문제다.

만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의 저항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을 선택한 이유를 우리는 모른다.).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큰 충격을 줬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꺾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같은 극단의 저항은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민 및 국가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켰고, 이후 인사라든가 기타 국정운영과 관련해 집중력을 높이는 이 정부로 하여금 새로운 반전을 이끌어 낼 준비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물론 이 반전이 언론 혹은 기타 사회에 미리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노력 또한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저항을 말살할 비책을 따로 마련하고자 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행정중심복합 도시인 세종시 건설 원안에 대한 변경이라든가, 아직 구체화의 길을 걷지 못하고 있는 개헌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의(時宜)는 또 다시 이명작 대통령을 돕는다. 세계경제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후폭풍은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국내에서 일던 작은 바람들을 한껏 번에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다.

그로부터 1년, 정부와 국민은 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다 준 공포에 떨며, 다른 일체의 일을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 역시 비상 경제 정부를 꾸려 운영하는 한편 정부조직에 대한 장악력의 확대는 물론이고, 급기야 정부의 사회장악력을 한 차원 더 높였다.

이러한 사회장악력에 기대어 정부는 세종시 건설의 원안 변경을 정치무대에 올렸다. 이 도시가 현재 상태로 진행되어 완성되면, 세종시는 곧 ‘노무현 시’가 된다. 보수 세력으로서 이 점만은 정말 참기 어렵다. 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갈등 또한 깊어진다. 바로 보수 세력의 의견을 수용할 때 나타날 국민 대분열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라는 정부적 목표 아래 정상외교에 집중한다. 그것은 일단 성공했으며, G 20정상 회의의 한국 개최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무려 400억 달러에 달하는 원전을 수주하는 쾌거로 한 해를 마무리 짓는다.

이것은 이 정부에게 큰 힘이 된다. 이 일이 있기 전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정부 저항세력에게 더 가까웠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새 총리로 영입하면서, 저항 세력을 뿌리 채 뽑아버릴 대반전을 구체화 시킨다. 그것이 바로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통해 일단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저항세력의 근원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지난 1월 11일 세종시 건설 원안 중 행정중심 기능만을 빼버린 새로운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이것은 또 다른 반전이다. 지금부터 이 반전 국면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이명박 정부에게는 큰 영광을 국민에게는 행복이라는 큰 실익을 안길 수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어떤 극이 연출 될지, 새로운 극의 전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극의 전개에 따라 국민의 관심 또한 달라진다. 그 결과 또한 분명해진다. 살아있는 권력의 퇴진이냐 아니면 죽은 권력의 부활인가 그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 일은 3년 후에 등장할 새로운 권력의 향배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정치권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 극의 주인공이자 청중인 국민, 과연 우리 국민은 어떤 생각으로 이 문제에 임할까? 적어도 낙동강 오리알 보듯 하지는 않을 기세다.

이 극이 흥미를 더한 것은 여당 내에 박근혜라는 유력 차기대권주자가 버티고 서 있으며, 그녀의 시각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다. 원칙과 신뢰의 강조 즉 이번 정부의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은 원칙을 훼손하는 일로써 종래 “정부에 대한 대국민 신뢰마저 잃게 했다”고 여긴다. 박근혜의 연잇는 반대 발언에 이 정부조차도 주눅 들고 있다. 그리고 이후 이 극은 오늘 6월 2일에 치러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태세다.

이제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은 마당놀이로 변했다. 이 마당놀이가 과연 여론을 어떻게 조성해 갈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의(時宜)만은 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편이라는 사실이다.

2010.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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