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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과 고깃국’, 그리고 ‘성전(聖戰)’
‘쌀밥과 고깃국’, 그리고 ‘성전(聖戰)’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1.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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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 성전이 아니라 비핵개방 3,000 전략 수용해야

 최근 북한 당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 쪽에서는 남북교류의 재개를 말하고, 다른 한 쪽인 국방위에서는 (남한에 대해) ‘성전’을 말하고 있다. 1인 지도체제 아래서 이처럼 엇박자가 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발표하는 기관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기관이 다르다고 해서 이 처럼 엇박자를 낸다면, 이는 곧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최근 북한은 북한 내부의 물가오름세를 차단하고, 부의 사회주의적 분배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물론 이에 대한 외부의 평가 또한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은 곧 북한 사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잠재적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이 잠재적 위기의 내용 중 가장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역시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며, 그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병 이후 제기된 권력이양 문제, 곧 권력이양을 준비하는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체제 위기다.

지금 북한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매우 어려운 지경이다. 특히 남한에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완전 경색국면에 빠져들었다. 남한 정부가 주장하는 ‘비핵개방 3,000’ 전략의 경우 남한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의 경우 체제위기를 부를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점에서 그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더군다나 그것을 선 뜻 수용하기란 더더욱 힘들다. 이러다보니 남북관계는 여전히 대결구도 속에 있다.

사실 제아무리 북한이 세계 5대 군사 강국에 든다하여도 현재의 국민총생산 크기로는 새로운 전면전을 결코 수행할 수 없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갖은 협박에도 남한 정부가 꿈쩍하지 않자 최근 북한의 대남전략에 일대 변화를 꾀하려는 흔적이 보이고 있다. 바로 대남유화책이 그것인데, 바로 현행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제안과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 요청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불과 며칠 만에 북한 국방위원회 명의로 성전을 감행할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성전의 내용은, 이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남한이 세웠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것을 주도한 청와대와 국정원 등을 곧 바로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북한 사회내부가 어떤 상태인지를 말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얼마 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북한 인민에게 쌀밥과 고깃국먹이는 일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 말과 성전은 일단 배치된다.

아무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 말을 듣고 나는 주은래 전 중국공산당 외교부장의 눈물을 떠올렸다. 주은래 전 중국 외교부장(이후 총리역임)은 70년 대 초 핑퐁외교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데, 이 때 주은래는 미국국민들의 삶을 보고, “우리가 원하는 인민들 삶의 방식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그렇다. 어쩌면 ‘쌀밥과 고깃국’을 말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속으로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 역시 인간이 아니던가? 살인자도 죽음과 어머니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다했다. 하물며 통치자가 자신의 인민이 굶거나, 그렇게 소원했던 쌀밥과 고깃국을 먹지 못한다면,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눈물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괴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의 발언은 그가 사람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에게 눈물이 없다면, 그는 분명 냉혈한으로서 사람 모습을 한 괴수가 맞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 회담에서 김정일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적어도 그의 겉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며, 통치자로서의 결연함까지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는 쌀밥과 고깃국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아 달라졌지만, 한국의 60년대 역시 그랬다. 우리에게도 고깃국과 쌀밥은 년 중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때만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게 지난 60년대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중추세력 대부분이 그 시기를 전후 해 태어난 이들이다. 그들 모두에게 쌀밥과 고깃국은 그 옛 날 향수를 잣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북한주민은 쌀밥과 고깃국은커녕 굶어 죽는 이가 있다하니, 새삼 저들에게 배불리 먹는 것 말고 또 다른 그 뭣을 말해 뭣하겠는가? 한국 역시 그 시절에는 하루에 세끼를 먹는 것 자체가 호사였다. 끼니를 때우는 것조차 쉽질 않았다. 자연히 많은 이들이 하루 한 끼 굶는 것은 다반사였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북한의 국내 경제사정이 바로 앞서 말한 지경이라는 것이 북한에 직접 가 본이들의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성전을 말하기보다는 쌀밥과 고깃국을 북한 인민에게 먹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길은 다른 곳에 있질 않다. 바로 남한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비핵 개방 3,000 전략’을 즉시 수용하는 길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런 견지에서 보면 얼마 전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협상을 하자”는 북한의 제안은 옳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을 신뢰하지 못한다. 즉 북한은 그 같은 제안 이면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생각이란 바로 북한 국방위가 말한 그 성전이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북한은 그 같은 어리석은 생각부터 떨쳐내야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북한 인민들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이자면 북한 역시 남한의 발전 경로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자주자립경제 기반을 굳건히 한다면서 지난 50년 간 문을 걸어 잠군 사이 남한은 문호를 개방하고 수출을 통한 경제개발전략을 수립해 성공적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한반도 내의 척박한 토지와 빈약한 자원만으로는 결코 그 속의 국민 모두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결코 먹일 수 없다. 이 사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옳은 선택을 우리는 기대한다. 북한 인민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이자면 북한은 성전이 아니라 즉각 개혁개방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에 남한의 총체적 협조가 더해지면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50여년에 걸쳐 이룬 경제적 성과들을 북한은 단지 20년 정도면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왜 이 같은 길을 자꾸 외면하는가?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인 북한 핵 문제만 해소되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을 분명히 돕는다. 핵 강국으로 누릴 수 있는 정치군사적 지위가 북한 인민들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 큰 오산이다. 비핵을 통한 개혁과 개방에 나선다면 아주 가까운 시간 안에 북한 인민은 쌀 밥과 고깃국이 놓인 밥상 앞에 곧 앉을 수 있다.

20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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