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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협조체제 강화하나.
정부, 대북협조체제 강화하나.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1.3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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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남북정상회담, 시의적절하다.

정부, 대북협조체제 강화하나.

 

 

최근 북한의 '실험적 군사 행동(서해안에서의 대대적인 해안포 사격 훈련 등)'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2010 다보스 포럼(제 40회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한 이명박 대통령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올해 안에 남북정상 회담이 열릴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같은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 회담에 대한 언급은 최근의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특히 북의 군사적 행동과 대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여러 의문점을 낳고 있다.

  우선, 과연 현재의 경색적 남북관계를 두고 볼 때, 남북 정상회담이 연내에 열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다. 물론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처럼, 이번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다분히 원론적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남한이나 북한, 그리고 미국 역시 소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소위 '이중 전략'을 구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 트랩 전략'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의 태도는 각국이 스스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 실현을 위해 대화와 대화의 최종 목적을 일단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튼 영국의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행한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 회담 관련 발언의 진위는, 앞뒤 단서로 보아 그럴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연내’라는 시점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 곧 이면에서의 어떤 논의가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남북관계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그 동안 ‘북풍’이라는 말로 불러왔다. 지난 해 10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우리정부의 대북 행동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 부장과 우리 측 인사(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만남이 싱가폴에서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점이다. 이런 사실은 그 동안 정부가 줄 곧 강조해 온 ‘비핵 개방 3,000'이 남북대화의 대전제’라는 정책기조에 반한다.

  또 다른 의문점은 남한의 정치에 심각한 균열이 있을 때 마다, 즉 정부의 입장이 옹색해질 때마다 북한의 대남 군사적 행동이 보다 강화되는 등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의 내부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를 가급적 좋게 이끌어 남한으로부터의 식량제공, 가타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을 통해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 옳다.

 지금 북한은 두 차례의 핵 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제재가 보다 강화되면서 무기 수출조차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세계로부터의 식량지원 또한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얼마 전 북한당국이 단행한 화폐개혁 역시 현재 북한 내부의 경제 사정이 매우 열악한 것을 반영한다. 물론 북한은, 그것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을 예상하면서도 굳이 화폐개혁을 단행한데에는 앞서 제기한 문제를 포함한 다목적 포석이 깔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들 중 북한 당국이 가장 중시했던 것은 역시 북한 인민들 삶의 문제이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한 김일성 주석의 유훈 중 한 대목이다. 바로 “(지난 기간 동안)북한 인민들에게 쌀밥과 고기 먹이는 데에 실패했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자조 섞인 발언이다.

  아무튼 이번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밝힌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진의 여부와 상관 없이 일단 연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 회담 가능성을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열어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국제사회의 움직임 혹은 동북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특히 북한의 내부사정들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 회담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역시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현재의 남북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만일 현재 상태대로 남북관계가 지속된다면 동북아에서의 역내균형에 이상이 발생하는 순간 한반도는 새로운 전화의 소용돌이 속에 급속히 빨려들 수 있다.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고, 이로 인해 국제관계에 큰 변화 또한 뒤따를 수 있다. 지금 내가 우려하는 것은 자칫 이 새로운 변화의 시발점이 한반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경우 “내부 권력 승계과정에 급작스러운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일 미 대사의 발언과 이 발언의 시사점을 생각할 때, 나의 이 같은 생각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물론 주일 미 대사의 발언이 주일 미군의 계속적 주둔 필요성을 역설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미국적 해석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리 알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한반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라 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은 때로 잊혀 지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의 역사는 언제나 꿈틀 거리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마련이다. 이 때 수반되는 것이 바로 전화이다. 이런 역사의 속성을 고려해서라도 이후 남북관계는 협조체제 혹은 평화체제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 바로 남북정상 회담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이루어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행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곧 남북 정상 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을 열어 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진의가 어디에 있든 시의적절하다고 하겠다.   /     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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