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2 16:05 (금)
[리뷰] 이창동 감독의 '버닝'
[리뷰] 이창동 감독의 '버닝'
  • 박병우 기자
  • 승인 2018.05.25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시대 청춘들의 무력감과 분노 그리고 청춘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시사브리핑 박병우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돌아왔다. 무려 8년만이다.

'버닝'을 포함해 총 6편의 연출작 중 5편이 영화제에 공식초청 되어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 전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사회의 이면에 현미경을 들여다 대며 그만의 선이 굵은 작품 세계를 선보여 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젊은 세대로 눈을 돌려 강렬하면서도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만의 방식으로 흔들리는 청춘을 그려낸다.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있다고 믿는게 아니라,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거야"라는해미의 대사를 통해 청춘의 존재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미의 고양이가 실제로 있던 것인지 아니면 그것 조차 해미의 상상인건지 관객들이 헷갈리게 함정을 파놓는다. 상상이 아닐까 하던 관객들에게 벤이 데리고 등장한 고양이가 종수가 '보일아'라고 이름을 부르자 달려와 안긴다던지 실제로 존재하면서도  무슨 이유로 살아가고 있고 스스로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방황하는 청춘의 존재에 대해 영화 전반에 걸쳐 끊임없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해미가 어렸을때 우물에 빠졌다는 것이나 벤이 비닐하우스에 실제로 불을 지른 것인지 해미가 사라진 것이 벤이 살인을 한 것인지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유아인이 기존의 힘이 들어가 있더 거친 캐릭터와 달리 끊임없이 좌절하고 부딪히고 마지막엔 살인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듯한 종수를 연기한 유아인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벤을 연기한 스티븐 연의 역시 미스테리한 인물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해미 역의 전종서는 연기가 처음이리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만의 색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작품에서 종수를 비롯한 인물들은 각자가 갖고 있는 비밀을 넘어 그들 청춘들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또한 위로를 함께 담고 있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기존의 이야기들과 달리 젊은 세대들의 이면에 눈을 돌려 지금의 청춘들이 품고 있는 무력감과 분노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종수, 해미, 벤 각각 다른 내면을 지닌 세명의 청춘을 통해 현 시대의 자화상과 그들의 심리를 뛰어나게 그려내면서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구현해 묵직한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