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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캐스팅'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캐스팅'
  • 한성수 기자
  • 승인 2018.06.20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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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뒤에 가려진 꿈과 현실

[시사브리핑 한성수 기자]형형색색의 불빛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경쾌한 음악,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의 간판들. 다큐멘터리 영화 <캐스팅 - Casting, 2006> 은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쇼 비즈니스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유명한 스타가 아니라 오디션 한 번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름 없는 배우들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오디션에 참가한 수 십 명의 배우들은 15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살아 온 과정, 배우로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과 불합리한 현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이야기 한다. 그들은 고정된 카메라 속에 갇혀있지만 인생의 여러 순간들이 우러나는 생생한 증언은 무척이나 격정적이다.



"아마 배우는 세상에서 가장 불안정한 직업일 거예요. 너무 힘들어서 매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영화 속의 한 배우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한다. 그냥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것이 행복할 뿐이라는 배우들에게 무대 밖은 또 다른 오디션이다. 

술집과 식당에서 주문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가야 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삐져나오는 절망과 무력함을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물론, 그런 고민들이 스페인의 어느 이름 없는 배우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받은 상위 몇 퍼센트건 가진 것 없는 다수의 노동자이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란 문제는 누구나 피하기 어려운 고민이기도 하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도 꿈과 현실이 충돌하면서 점점 약해지는 자신을 보는 것이다. 온갖 궂은일을 하며 하루하루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해보지만 좀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에 출연했다는 경력은 쓸쓸한 자기 위안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배우의 꿈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오디션 도중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던 한 배우는 이렇게 얘기한다. 

"아무리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그래도 전 배우고 연기가 제 일이죠." 영화의 처음,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그들은 하나 같이 '나는 배우입니다' 라는 말로 입을 뗀다. 그들에게 배우란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 아니라 진정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포기하기 힘든 자존심일 것이다. 

여전히 변할 것 없는 그들 앞에 반짝이는 조명과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그들은 배우이고 '쇼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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