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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청와대의 여유(餘裕)
논평) 청와대의 여유(餘裕)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2.11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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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시도 교육감 및 지방선거를 앞 둔 지금, 한나라당은 그 동안 일던 당내 분란마저도 수습하는 등 당을 결속시켜야 할 때이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앞서 말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의 물론 당정청의 위상에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현행 정치구조 상 그들 3자의 관계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최근 한나라당의 내분은 곧 정부의 내홍이며, 청와대와의 갈등이기도 하다.
이러 점을 고려하면 최근 청와대의 행동에 약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바로 청와대의 여유(餘裕)다. 여론 조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줄잡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대를 상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앞서 말한 대로 청와대가 (선거를 앞둔 만큼) 여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 처럼 여유를 보이는 데에는 앞서 지칭한 선거에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는 뜻이다.

최근 박근혜 의원의 날선 행동으로 보아 그 무언가는 차기대권 구도하고도 맞물려 있지 않을까한다. 즉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사이의 날선 공방을 일부 의원들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일종의 권력 투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꼭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현 정부가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을 밀어붙이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개헌문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여기는 의원들까지 있기는 한 모양이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 내홍사태를 고려하면, 개헌 문제를 독자적으로 들고 나올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선거를 앞두고 그 같은 무모한 짓을 청와대가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가 준비하고 있는 6.2 선거관련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더군다나 최근 박근혜 의원의 행동으로 보아 이 문제가 차기대권주자와도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청와대의 복안이 있다면, 이 안은 차기 대권주자 군에서 박근혜 의원을 이탈 시킬 수도 있는 강력한 안이 아닐까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지금 청와대가 준비한 안을 추측하면, 바로 2022년 개최될 월드컵의 국내 개최와 연계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본부가 위치해 있는 스위스를 정몽준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나란히 함께 다녀왔다.
물론 이 때 이명박 대통령은 제 40회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정몽준 대표의 경우 다보스포럼 참석 및 2022 월드컵 유치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블래터 피파 회장을 함께 만났다. 아마 아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때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대표는 피파 블래터 회장으로부터 2022 월드컵의 한국개최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전달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청와대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론이 여의치 않을 경우 4월 내지는 늦어도 5월 말 이내에 2002년 피파월드컵의 국내개최를 확정지은 것으로 공표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실제로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회동에서 정몽준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은 피파로부터 어느 정도 동의를 이끌어 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청와대는 이것을 발표함으로써 정몽준 대표를 차기대권 주자로 격상시키는 한편, 오는 6.2 선거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의 여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바로 2022 월드컵의 국내 개최를 사실 상 확정지었다고 청와대가 전격 발표함으로서 당 및 정부에 대한 국민여론을 확고하게 결집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이 점이 아니더라도 선거의 관성과 설령 야 5당이 연합한다고 하더라도 오합지졸(烏合之卒)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할 때, 한나라당 내에서 후보가 나눠질 경우 저들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점에 있다. 그러나 2022년은 지금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의 판단은 분명 오판이다. 이 때 정부가 안게 될 국정 및 정국운영의 부담을 청와대는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청와대의 생각이 맞아 떨어 질 수도 있다.

즉 지난 해 연말 아랍에미리트 연합의 두바이로부터 원전을 수주한 것과 2022 피파월드컵의 한국개최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이다. 이 시너지 효과 나타나 현 정부에 대한 대 국민지지율을 6.2 선거를 즈음해 크게 끌어올린다면, 정부는 애초 의도한 6.2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 기대어 6.2 선거를 낙관하는 일, 곧 청와대가 여유를 부린다면 이는 일종의 만용이다.

지금 한나라당이나 정부, 청와대 모두 6.2 선거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보고도 마치 외면하듯 못 본 채하면서 당 내분을 획책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2022 피파 월드컵의 국내 개최 가능성을 믿고 부리는 청와대의 여유(旅遊), 그것은 6.2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를 자초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2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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