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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청와대의 여유(餘裕)
논평) 청와대의 여유(餘裕)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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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시도 교육감 및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한나라당으로서는 그 동안 일던 당 내분마저도 수습하는 등 당이 결속을 다져 나가야 할 때이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앞서 말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분명히 일반 국민의 뜻에도 반한다.

집권세력으로서 당정청의 위상에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현행 우리의 정치구조 상, 이들 3자의 관계를 따로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다. 이들 3자가 어떻게 화합해서 국정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국가의 안위 및 국민생활의 안정이 담보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한나라당의 내분은 곧 정부의 내홍이며, 청와대가 옳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 점을 고려하면 최근 청와대의 행동에 약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바로 청와대의 여유(餘裕)다. 여론 조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줄잡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대를 상회하는 것만으로는, 선거를 앞둔 만큼 청와대가 결코 여유를 부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 처럼 여유를 부리는 데에는 앞서 지칭한 선거에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확고한 무언가가 분명 있다는 뜻이다.

비록 그 원인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최근 박근혜 의원이 보이고 있는 날선 대응은 그저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벗어난다. 이는 지금 청와대가 선거를 의식하든 아니면 또 다른 이유에서든 준비하고 있는 그 무엇이 차기대권 구도하고도 맞물려 있지 않을까한다. 즉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사이의 날선 공방을 일부 의원들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일종의 권력 투쟁으로 바보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아무튼 한나라당은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안을 3월 중 국회에 제출한 뒤 끝장토론을 벌이는 등의 방법으로 막판까지 밀어붙인다는 전략을 이미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박계가 정부 안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의 국회의결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이나 청와대는 그 때를 대비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일부 의원들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나라당이나 청와대가 개헌안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 내홍사태를 고려하면, 그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한 개헌 문제를 그들이 들고 나올 여지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선거를 앞 둔 지금 한나라당이나 청와대가 맹추가 아닌 이상 그 같은 무모한 짓을 추진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가 준비하고 있는 6.2 선거관련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더군다나 최근 박근혜 의원의 행동으로 보아, 앞서 말한 대로 청와대가 준비하고 있는 그 대안이 차기대권주자와도 연계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청와대가 실제로 그 대안을 마련했다면 그 대안은 차기 대권주자 군에서 박근혜 의원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릴 수도 있는 강력한 대안이 아닐까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지금 청와대가 준비한 안을 주변의 소리를 듣고 모은 것을 토대로 추측하면, 바로 2022년 개최될 월드컵의 국내 개최와 연계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본부가 위치해 있는 스위스를 정몽준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제 40회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석차 나란히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블래터 피파 회장을 함께 만났다. 이 때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대표는 피파 블래터 회장으로부터 2022 월드컵의 한국개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청와대는 현재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안의 국회의결이 이후 여의치 않을 경우 4월 내지는 늦어도 5월 말 이내에 2022년 피파월드컵의 국내개최를 확정지은 것으로 공표할 가능성이 크다. 즉 청와대는 이것을 발표함으로써 정몽준 대표를 차기대권 주자로 격상시키는 한편, 오는 6.2 선거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가 지금 여유를 부리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바로 2022 월드컵의 국내 개최를 사실 상 확정지었다고 청와대가 전격 발표함으로서 대 국민여론을 한나라당과 정부쪽으로 확고하게 결집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는 이 점뿐만 아니라 ‘선거의 관성’과 설령 야 5당이 연합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오합지졸(烏合之卒)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할 때, 이 점만으로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청와대 역시 결코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집권세력의 분열은 저들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분명 안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청와대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거듭 말하지만, ‘2022 월드컵’의 한국개최 선언이라는 확실한 카드 때문인 셈이다.

그러나 2022년은 지금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의 판단은 분명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 정부가 안게 될 국정 및 정국 운영의 부담을 청와대는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청와대의 생각이 맞아 떨어 질 수도 있다.
즉 지난 해 연말 아랍에미리트 연합의 두바이로부터 원전을 수주한 것과 2022 피파월드컵의 한국개최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이다. 이렇게만 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애초 의도한 대로 6.2 선거에서 대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에 기대어 6.2 선거를 낙관하는 일, 곧 청와대가 여유를 부린다면 이는 일종의 만용(蠻勇)이다.

지금 한나라당이나 정부, 청와대 모두 6.2 선거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보고도 마치 외면하듯 못 본 채하면서 당 내분을 획책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2022 피파 월드컵의 국내 개최 가능성을 믿고 부리는 청와대의 여유(旅遊), 그것은 6.2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를 자초하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지금 많은 국민은 박근혜 의원의 행동보다는 오히려 청와대의 행동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2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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