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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총, ‘새로운 과녁’을 만드는 장이 되어야
한나라당 의총, ‘새로운 과녁’을 만드는 장이 되어야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2.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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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를 놓고,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이하 의총)를 연일 열고 있다. 이미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건설한다는 정부방침이 확고해진 만큼 굳이 한나라당 의총의 의미 없음을 우리가 새삼 다시 지적해 무엇하랴싶다.

 하지만 애써 한나라당 의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최소의 요건, 곧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그것이 입법화가 되던 아니면 되지 않던 간에 일단 대의명분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 역시 민주주의의 한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장에서 벌어질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바로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을 지지하는 한나라당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위 ‘친이세력’과 한나라당 전 대표인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소위 ‘친박세력’ 간의 대충돌이다.

 우리들의 예상과 마찬가지로 연일 열리는 한나라당 의총에서 친이세력과 친박세력 간에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대 결전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대결수위가 현재와 같다면 이후 어떤 방식으로도 합리적 조정안을 도출할 수 없다.

 본래 민주주의에서 대화란 상대의 이야기를 귀기우려 듣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비판 혹은 격려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조율해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열리는 한나라당 의총은 이미 각자 결정된 의사를 가지고 일방적 주장을 펼치기 위한 자리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그나마 주먹다짐이 오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 하겠다. 하나 그들이 벌이는 언쟁(言爭)의 파괴력은 주먹다짐 이상이다.

 아무튼 이들이 이 문제를 놓고 이처럼 자신들의 주장을 결코 굽히지 않는 것은 왜일까? 바로 지금 연일 열리는 한나라당 의총이 단순히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의 당위성이나 부당성을 검증하나는 등 정부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이 장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정치적 위해를 가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치적 패권만은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미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 문제는 이미 단순한 정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력 다툼의 문제로 비화되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미 정치권력을 놓고 두 세력이 벌이는, 사활을 건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이런 지경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어느 측이든 일단 물러서면 정치의 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곧 정치권력의 속성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일반 국민이 보는 정치권력의 작용과 정치권 내부에서의 발생하는 정치권력의 작용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는 언제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대상이었다. 이로써 얻는 정치권력은 그 자체로 일종의 전리품이다. 정치권력을 획득한 세력이 정치권력을 나누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은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당시, 혹은 그 이후 치러진 4.29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얻은 정치권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사실 그 기여도를 생각하면 대선을 통해 획득한 정치권력을 이명박 대통령은 친박세력에게도 충분한 정도로 반드시 나눠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친이 세력은 집권초기 제 떡 챙기느라 이 점을 소홀히 했다. 물론 이 대통령만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인사 및 쇠고기 파동 등으로) 그럴 정신도 아예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이런 말은 비열한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친이세력 내에서조차도 전리품 나누기를 놓고 세 다툼을 벌렸으니 하는 말이다.

 아무튼 이 점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아주 큰 패착이었다. 이로써 이미 한나라당 내 두 세력은 오월동주(吳越同舟) 격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다가 차기대권을 놓고 두 세력 각자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으니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잘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은 애초 무상하며, 그리 길지도 않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10년’이라 하지 않던가? 

 이미 올 한해를 더 보내고 나면 이명박 정부 역시 역사의 장에 유물로 남겨질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점을 한나라당 내 두 세력 모두 다 안다. 그래서 이미 현재의 정치권력을 다음 정권에도 이어가게 하려는 현재의 정치권력과 가까운 장래에 정치권력을 획득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진 미래정치권력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은 우리 모두 막자고 하나 그 누구도 결코 막을 수가 없다. 그 해법이 없다. 이런 연유로 연일 열리는 한나라당 의총 역시 두 세력 간에 더 큰 충돌을 낳는 (한나라당) 파괴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이명박 정부 정권 출범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을 기해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건설 원안 수정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해법 또한 함께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

 이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 만일 아직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이 문제 해법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후 이 문제가 6.2 지방선거 공천과 맞물리면서 한나라당 호는 난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굳이 사족을 덧대면 이 문제는 정부정책의 문제로 국한되어 논의 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박근혜 의원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 연계해 그녀를 직설적으로 비방하는 식의 친이계 의원들의 발언은 서로 간에 이로울 것이 없다. 특히 정두언 의원의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은 그 수위가 위험천만 하다. 물론 정두언 의원의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행해지는 친이계 의원들 특히 정두언 의원의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발언들은 곧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로써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한 운신의 폭이 오히려 더 좁아질 수 있다. 즉 친이계 의원들이 친박계 의원들 혹은 박근혜 의원을 직접 겨냥해 하는 발언은 애초 과녁을 잘못 설정한 것과 같다. 하기야 이 문제와 관련된 과녁이 애초 잘 못 설정되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나라당 의총 역시 이 점을 깨닫는 장이 되어야 한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 의총은 박근혜 의원이 아니라 새로운 과녁을 만드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 과녁은 바로 국민이어야 한다. 이 과녁을 옳게 주시하지 못하고, 자칫 시위를 놓아버리면 그 화살은 종래 이명박 대통령의 심장에 꽂힌다. 이는 곧 현 정권 존립의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한나라당내 친이계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 20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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