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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침묵, 분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나.
박근혜의 침묵, 분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나.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3.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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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자하면 산다”고 했던가? 아직 70여일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기 하다, 6.2 지방 선거 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이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지방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들의 마음은 70여일이 짧디 짧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만은 입장이 다르다. 이제 갓 각 정당들이 공천신청을 받는 중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오려면 다음 달 하순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선관리위원회에 공식 후보등록과 함께 약 2주간의 선거운동 기간이 주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박근혜 의원에게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의원과 정치이념 및 행동을 같이 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출마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정치인 박근혜에게는 마치 심장과도 같은 대구경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재연, 서상기, 안홍준 등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준비해온 이들 모두가 출마의사를 접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한 결 같이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무슨 말을 듣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출마하지 말 것을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다.

아무튼 우리의 ‘헌법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으며, 언행이 마치 대한민국의 헌법과도 같은 정치인 박근혜가 이번 6.2 전국동시지방 선거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가 차기 대선의 교두보가 된다는 점을 또한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의원의 침묵을 두고, 단순하게 자기 확신쯤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일단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인 박근혜가 취하고 있는 침묵을 이명박 정부 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마지막 항변의 메시지로 해석해도 좋은가? 혹자는 그렇다고 답하는 이도 더러 있다.

사실 세종시 문제가 붉어진 이후 박근혜 의원의 정치행보가 정치사찰의 대상이 되는 듯한 징후를 나타냈다. 특히 친박계의 좌장이라 불렸던 김무성 의원의 새로운 정치행동은 다분히 필살기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를 미루어 ‘친박인사들’에 대한 정치사찰 또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과정에 많은 친박계 인사들이 정부로부터 회유를 당했거나 아니면 고사 직전에 있을 수도 있다. 만일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이는 곧 박근혜 의원에 대한 직접적 고사작전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일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비정함을 우리는 익히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어느 정치권력이든 자신들의 도덕성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급기야 자신들의 정치적 아성에 도전하는 세력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전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낸 것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인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지경이면 박근혜 의원으로서도 그저 앉아 기다리다가 말라죽기보다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건 분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지리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박근혜 의원이 분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면 그것이 부를 정치적 파장을 여당 측 및 정부 측은 감당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집권 여당으로서는 곧 치러질 지방선거가 매우 부담스럽다. 여러 악재들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종시 원안 수정 문제를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겹쳐 있다. 야당은 이에 대한 책임 공방을 전개 할 것이 분명하고 현재 진행 중인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수수혐의에 대한 재판 또한 무죄 선고가 이루어 질 경우 여권이 입을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악재들과 함께 박근혜 의원이 분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다면 6.2 전국동시 지방 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대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 되는 등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는다. 그리고 그 이후 여당 및 정부는 지난 열린우리당 및 참여정부가 걸었던 전철을 되밟을 수도 있다.

박근혜 의원(1952.2.2)은 아직 젊다. 즉 어떤 정치적 승부수도 충분히 띄울 수 있는 나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의원은 강단 있는 여성이다.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성보다 더 길다. 따라서 박근혜 의원으로서는 모든 것에 있어서 조급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취하고 있는 박근혜 의원의 침묵은 그 동안 보였던 침묵과는 달리 분명한 목적이 담겼을 수도 있다. 그것을 지금 우리사회는 궁금해 한다. 특히 정치권은 더 궁금해 한다. 사즉생(死卽生)의 마지막 카드를 혹 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들 묻고 있다.

20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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