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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청문회⓵-해양수산부] 정권·장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카르텔’ 의혹
[미리보는 청문회⓵-해양수산부] 정권·장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카르텔’ 의혹
  • 이영선 기자
  • 승인 2019.03.17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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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3·8 개각' 발표 후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일정이 확정되면서 3월 임시 국회가 여야 간 '창과 방패' 대결로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26일 문성혁 해양수산부·김연철 통일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27일 진영 행정안전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각각 예고돼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후보자들의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부각하며 '엄호'에 나설 방침인 반면, 야당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1~2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낙마'를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사브리핑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각 부처별 쟁점이 될 사안에 대해 미리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특히, 그동안 정권이 교체되고 장관이 바뀌어도 개선되지 않는 각 부처별 이른바 ‘적폐’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해안에 테트라포드가 설치돼 있다./출처=픽사베이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해안에 테트라포드가 설치돼 있다./출처=픽사베이

[시사브리핑 이영선 기자] 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는 항만공사 가운데 방파제의 첨병격인 ‘소파(消波) 블록’ 공사가 국내 특허공법(신기술) 보호·육성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직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2016년 부산지역의 소파블록 관련, 한 중소업체가 부산 조도·오륙도 방파제공사에 설계 반영된 제품과 조달청 입찰공고 시 등록된 특허제품이 다른 점에 의혹을 품은 가운데, 당시 부산 지역 언론이 보도를 하면서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선 정국에 밀려 가라앉았다가 이번 해양수산부 장관 청문회를 위한 검증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어,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권 및 장관이 교체돼도 지속된 '카르텔' 의혹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한 의혹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될 때 심도 있는 질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파블록’ 공사금액 규모 ‘천문학적’

소파블록이란 해안가 등지에서 태풍 등에 따른 위험 방지를 위해 설치되는 구조물로, 일명 ‘삼발이’라 불리우던 ‘테트라포드(Tetrapod)’의 특허 만료로 인해 몇몇 국내 기업들이 해당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파블록’ 관련 공사는 해수부에서 한 번 발주할 때마다 그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혈세가 그만큼 들어간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달청에 따르면 주관부처가 해양수산부로 이관되기 전인 지난 2013년 1월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이 발주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의 경우 공사 금액이 2095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소파블록 관련 주관부서가 농림식품부에서 해양수산부로 이관된 지난 2015년 2월 해수부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발주한 ‘부산항 조도 방파제 보강공사’와 ‘부산항 오륙도 방파제 보강공사’는 공사 금액이 각각 1034억원, 1388억원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공사 금액 규모가 한 번 발주할 때 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소파블록’ 관련 공사가 국내특허(신기술) 보호 및 육성을 위해 지난 2012년 제정된 국가계약법을 악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카르텔’이 형성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한 가거도항에서 태풍피해 복구공사가 진행중이다./출처=이영선 기자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한 가거도항에서 태풍피해 복구공사가 진행중이다./출처=이영선 기자

‘카르텔’ 의혹 배경은?

실제로 앞서 언급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와 부산항 조도 방파제 보강공사’와 ‘부산항 오륙도 방파제 보강공사’ 중 소파블록은 모두 ‘H기업’의 특정 소파블록으로 선정됐음이 드러났다. 공사금액을 모두 합치면 5000억여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해수부에 따르면 현행 ‘소파블록 설계 및 계약 절차’는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설계용역사를 통해 적용대상 특허공법을 선정하고 특정공법심의회의를 거쳐 적용특허공법을 심의한다.

이후 설계용역사는 선정된 특허공법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해수부가 조달청에 계약요청을 한다. 조달청은 해부수의 요청에 따라 입찰공고를 진행하고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해수부의 입장에서는 해당 업체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선정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면면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해수부가 지정한 설계용역사가 적용대상 특허공법을 선정할 때 ‘국내특허(신기술) 보호 및 육성’의 취지로 개정된 관련규정에 따라 말그대로 ‘국내 특허’를 보유한 제품을 지정해야 한다.

입찰공고에는 국내특허 제품으로...시공시에는 다른 제품

H기업의 경우 ‘씨락’이라는 국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씨락은 본래 일본에서 등록된 특허였으나 해당 특허를 무슨 이유에서 인지 공개특허로 전환 후, 일본의 원래 특허업체는 국내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공동특허를 등록해 국내특허지위를 확보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수부에서 주장하는 ‘국내특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에 적용한 제품은 해수부와 조달청에서 입찰공고한 특허와는 전혀 다른 ‘씨락Ⅰ’ 또는 ‘씨락Ⅷ’를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일본국 삼성수공업주식회사(三省水工業株式會社) 홈페이지(sanshosuiko.co.jp) 캡처
출처=일본국 삼성수공업주식회사(三省水工業株式會社) 홈페이지(sanshosuiko.co.jp) 캡처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정인화 의원이 발주 기관인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산하 부산항건설사무소에 질의한 바 있다.

당시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정인화 의원 질의에 “특허등록원부(특허청구의 범위 및 명세서) 및 변리사 감정서에 근거해 씨락Ⅷ을 같은 특허권의 권리범위 내로 인정하고 특정공법 심의대상으로 선정·심의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특허청에 따르면 씨락Ⅰ은 국내에서는 특허가 아닌 ‘디자인’ 등록만 돼 있다. 더욱이 씨락Ⅷ의 경우 국내에 특허등록이 된 흔적 조차 없는 제품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주장하는 ‘국내특허’ 또는 같은 특허권의 권리범위 내로 인정한다는 말과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은 당시 부산 지역 언론인 KNN 등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입찰공고 낸 조달청도 마찬가지 입장

입찰공고를 낸 조달청도 해수부의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현행법상 동일 공사에 다수가 존재하는 특허공법이 포함된 정부공사의 경우 발주청은 계약요구 전 심의회의를 거쳐 적용대상 특허공법을 선정해 설계에 반영하게 된다.

이후 권리자와 기술사용협약을 체결해 계약 요청해야 하며, 계약담당 공무원은 위의 내용을 입찰공고해야 한다.

이는 낙찰계약 후 발주청 및 공사낙찰자에 대해 하도급 및 하도급대금 등 권리자의 권리와 의무이행을 확실히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조항에 따라 명시한 특허공법은 국내 관련법에 의한 ‘국내 특허’라는 점이다. 실제로 조달청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문의한 결과 “특허는 국내법령에 의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해수부와 조달청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해당되는 국내법령을 어기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권이 교체되고 장관이 바뀌어도 해당 부처에서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공무원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출처=뉴스1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출처=뉴스1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준비중인 국회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신임 장관이 관심을 가지고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8일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해운산업 재건, 어촌과 수산업 발전, 신해양산업 육성 등 주요 정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현장에 계신 분들과 긴밀히 소통,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 면서 포부를 밝혔다.

때문에 오는 26일로 예정된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관련 질의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나올지 정치권과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약력>

▲1958년 부산 ▲서울 대신고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한국해양대 항만운송학과 석사 ▲영국 카디프대 항만경제학 박사 ▲현대상선 1등 항해사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세계해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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