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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던 필 감독의 지적인 스릴과 공포, 영화 '어스'
[리뷰] 조던 필 감독의 지적인 스릴과 공포, 영화 '어스'
  • 윤현진 기자
  • 승인 2019.04.0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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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PI, 영화 '어스'
출처= UPI, 영화 '어스'

[시사브리핑 윤현진 기자] 2017년 영화 '겟 아웃' 으로 새로운 스웩 넘치는 스릴러를 만들었던 조던 필 감독이 두번째 작품 '어스'로 더욱 세련되고 강력한 공포로 돌아왔다.

영화 '어스'는 한 흑인 가족이 산타크루즈의 한 해변을 다녀온 후, 그 날 밤 그들의 집 앞에 낯선 네 명의 가족이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초중반은 조던 필 감독의 전작인 ‘겟아웃’의 스타일과 다르게 진행된다. 어두컴컴한 밤, 무단 침입을 감행한 네 명의 가족이 그들 자신 즉 도플갱어 임이 밝혀지며, 어떻게 흘러갈 지 예측 불가한 공포감과 스릴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날카로운 사운드가 주는 공포감, 그리고 도플갱어들이 가지고 있는 섬뜩한 표정이 기묘한 영화의 분위기를 극명히 잘 보여주고 있다.

감독의 전작과 두번째 작품 '어스'의 공통점은 역시 감독이 영화의 곳 곳 숨겨놓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숨겨진 메시지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야 말로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 재미를 둘 수 있는 포인트이다.

특히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위, 토끼, 숫자 11이란 포인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루피타 뇽이 연기한 애들레이드의 도플갱어인 레드는 애들레이드와의 첫 만남에서 가위를 들고 “ 너와 나의 끈을 이제 절단하는 거야 “ 라는 대사를 남긴다.

그럼 가위의 의미는 무엇인가? 가위란 같은 모양의 양 날이 반대로 붙어있는 도구이며, 무엇을 절단하여 묶은 것을 풀어줄 수 있다.

영화에서 가위의 존재란 인간의 양면성 그리고 가위의 양날이 맞닿아 있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마치 영화에서 도플갱어가 서로를 맞딱뜨리고 계속 만나게 되는 상황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11이란 숫자의 의미도 중요하다. 주인공 애들레이드가 우연히 시계를 본 시간이 11시 11분이며, 영화의 중요 포인트에 예레미야 11장 11절이라는 문구를 한 남자가 들고 있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성경 예레미야 11장 11절을 보면, ‘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 즉 '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결국 도플갱어 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 존재임을 의미하고 있다.

마지막, 영화의 초반 ‘ Run Rabbit Run’ 이라는 곡이 오프닝 곡으로 흘러나온다. 마치 쫓고 쫓기는 이들의 관계처럼 말이다. 레드 ( 루피타 뇽 )의 클로즈업 된 얼굴이 나온 후, 케이지에 갖힌 토끼들이 등장한다. 이는 은유적으로 지하에서 숨어 살아야 했던 도플갱어들의 삶을 표현하였다.

결국 이 세 포인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그들 자신이다. 아버지 게이브 윌슨의 “ 너희는 누구야 “ 라는 질문에 아들인 제이슨은 “ 우리잖아 “ 라는 대답을 남긴다. ‘ US ‘ 라는 영화의 제목은 그 말대로 우리라는 뜻과 USA 미국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도플갱어들이 게이브의 가족을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중반으로 갈수록 게이브의 가족들은 도플갱어들을 처치하며, 잔인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특히 극중 등장하는 도플갱어들이 본인을 죽이고, 태연스럽게 립스틱을 바르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도플갱어의 모습과 실제 주인공들이 변해가는 과정이 대조되면서, 시간이 흘러 갈수록 누가 이들을 공격하는 지, 그 경계가 애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은유를 통해 1986년 미국인의 모습과 현재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은유 외에도 1980년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깨알 포인트들도 존재한다. 제이슨이 입고 있는 JAWS 티셔츠라던지, 젊은 애들레이드가 받은 마이클 잭슨의 ‘ Thriller ‘ 셔츠 까지 다양한 재미가 숨겨져 있다.

이런 소재들은 어스 라는 영화가 단순한 공포 스릴러의 장르보다, 더 관객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장치가 작용한다. 영화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전반에 흐르는 유머와 중독성 있는 ost로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로 인해 배역들이 1인 2역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설정인데, 조주연 상관없이 눈에 띄는 뛰어난 연기로 몰입감을 더해 준다.

특히 마지막 발레 장면을 비롯한 루피타 뇽 배우가 보여준 소름돋는 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발군이다.

영화 '어스'는 풍부하고 뛰어난 은유와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지적인 스릴러로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조던 필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 시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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