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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노조가 ’FI 규탄‘ 외치며 나선 사연은?
교보생명, 노조가 ’FI 규탄‘ 외치며 나선 사연은?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04.08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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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교보생명
출처=교보생명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재무적투자자)들 간의 갈등으로 경영 위기의 직면한 교보생명을 지키기 위해 교보생명 임직원들이 나섰다.

이는 한 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FI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신 회장이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린 끝에 노조가 내린 결과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투자금 회수 지연에 따라 갈등이 불거진 것인데,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 가격을 둘러싸고 신 회장과 FI 등 양측의 입장차는 첨예하다. 특히 FI들은 지난달 대한상사중재원에 풋옵션 이행과 관련한 중재 신청을 하면서 갈등은 더 고조된 모양새다.

노조, 전국민 서명운동 전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보험노동조합은 지난 5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FI(재무적투자자)의 회사 흔들기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교보생명 임직원을 대표해 60만 전국민 서명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교보생명은 3·1운동 100주년을 함께하는 민족기업으로서 '국민교육진흥'이라는 창립이념 아래 교육보험, 교보문고 등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써왔다”며, “60년 동안 보험 외길을 걸으며, 500만 계약자를 위해 1만5000명의 FP와 4500명의 임직원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차익을 노리는 악덕 투기자본이 풋옵션을 행사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삼키려 한다”며, “고객의 미래 보장을 위해 성실히 쌓아온 돈을 해외투자자가 삼키고, 기업가치를 하락시켜 매각 등 악순환에 이르게 하는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서명운동은 60만명 서명을 목표로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며, 교보생명 노조는 서명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노조 측은 2만명의 교보인은 투기자본이 60년 전통 민족기업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서명운동에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신창재 회장과 FI와의 분쟁...막전막후

교보생명 노조가 이 같은 움직을 보이는 데에는 신창재 회장과 FI 사이에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여졌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신창재 회장은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한 오너 최고경영자다. 신 회장은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의과대학 교수로 일하다 지난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경영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지난 2003년 신 창업주의 별세 후 경영권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신 회장은 경영 참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군으로 포섭한 FI들과 사이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위협당할 처지가 되자 FI를 유치했다.

당시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FI들은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고 주식을 매입했다.

이들은 당시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을 계약에 삽입했다.

신창재 회장./출처=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출처=교보생명

하지만 2015년까지 IPO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첨예한 대립이 시작됐다.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교보생명을 IPO 추진을 재촉했지만 신 회장 측은 보험업황 변화를 고려하며 장고를 거듭했다.

결국 FI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FI는 지난해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는 초강수를 뒀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에 달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말 뒤늦게 IPO 추진을 결정했지만 양측의 협의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공모가가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고수했다.

신 회장 측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안, FI 지분의 제3자 매각안, 기업공개(IPO) 이후 차익보전 등 세 가지 협상안을 새롭게 제시했지만 이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FI들은 대한상사중재원에 풋옵션 이행에 대해 중재신청을 했다.

결국 갈등의 핵심에는 가격 인식차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풋옵션을 행사한 FI가 제시한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다. 신 회장은 이 같은 금액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진 만큼 20만원 중반대 선에서 주당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와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를 추산하는 시점을 각각 다르게 보고 있다. 이들의 가격 인식 격차가 워낙 큰 만큼, 앞으로의 중재 과정도 험로가 예상된다. 

IPO 지연 불가피

중재 재판은 법원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단심제로 진행된다. 판정 결과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FI들과의 분쟁으로 신 회장의 경영권의 방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FI들을 제외하면 신 회장 본인(33.78%)을 비롯한 우호 지분은 약 39% 정도로 추정된다.

FI들이 다른 지원 세력을 포섭할 경우 경영권 흔들기가 가능할 수 있다. 또 법원이 FI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상황은 더 힘들다.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또는 재산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갖게 될 수 있어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 회장은 이번 분쟁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교보생명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라는 게 관련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윤열현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업계에선 전문경영인에 내부 살림을 맡기는 대신, 신 회장은 중재 대응에 전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주주 간 분쟁은 한국거래소의 상자예비심사에서 결격사유가 된다. 결국 중재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교보생명의 IPO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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