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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들(Dangerous thoughts)
위험한 생각들(Dangerous thoughts)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3.31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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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의문의 사건을 두고, 단순한 가정 혹은 그 가정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정황에 기대어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위험하다. 어떤 사건이든 특정의 정황증거를 기준으로 일단 누군가에 의해 한번 의혹이 제기되면, 이 제기된 의혹은 이후 새로운 의혹을 낳고, 새로운 의혹은 또 다른 새로운 의혹을 낳는다.
이 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는 사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점차 증폭되는 성질이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까? 물론 그 근저에는 인간의 상상력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늘 이 같은 상상력에 기대어 해당 사건의 내연과 외연을 함께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26일 밤 9시 30 경,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우리해군의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을 놓고,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설들이 마치 진짜 원인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다. 일단 이 사건의 내연은 우리 해군당국과 침몰한 천안함이며, 그 외연에는 이를 바라보는 우리정부를 비롯해 우리사회, 그리고 북한, 급기야 중국까지 연계 지을 수 있다.
만일 이번 천안함의 침몰이 우리의 가정대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고, 외부충격이 기뢰나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하자. 이 때 가장 먼저 제기될 문제는 앞서 말한 기뢰나 어뢰가 과연 누구에 의해 설치되었거나 발사되었나 하는 점이다. 이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북한을 지목하고, 뒤이어 중국까지 지목하게 될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우리가 이런 의혹을 제기하게 되는 것은 우선 북한의 경우 이미 같은 해상에서 우리해군과 이미 세 차례의 교전을 벌인 적이 있고, 이와 함께 현재 남북이 NLL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가 아주 무관 해보 이는 중국까지 이 사건에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서해바다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뢰나 기뢰가 중국 것일 수 있다는 가정도 할 수도 있다.

이와는 별개의 문제지만 우리가 제기할 수 있는 또 다른 의혹은 당시 인근 해상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아군 측의 오폭 가능성을 가정해 볼 수도 있다. 즉 당시 우리 천안함이 통상적 작전 수역이 아닌 곳으로 이동하는 우를 범했으며, 아군 측은 이를 오인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내연의 문제와 함께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은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는 매우 거친 것으로 매우 위험천만하다.

이 처럼 우리의 생각이 위험한 것은 이 같은 의혹들이 새로운 의혹으로 연이어 증폭될 뿐 아니라, 이렇게 되면 자칫 국가의 신뢰 및 권능에까지 큰 손상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문제이기는 하지만, 물론 이 사고는 영원히 미제 남을 수도 있다, 즉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는 곧 천안함의 선미와 선수를 모두 인양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모든 사실 관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하여 불명확한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유추나 추정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 이러한 위험한 생각들이 오히려 불명확한 사건의 사실 관계를 더 분명하게 밝히는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언론의 소위 추측성 보도 역시 위험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 역시 사건과 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특정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예를 들면 이 사고에 대한 언론의 갖가지 의혹 제기가 정부 혹은 군 당국으로 하여금 사건과 관계된 모든 진실을 모두 밝히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과를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관련 사건에 대한 위험한 생각이 새로운 사실관계를 들추도록 특정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굳이 이 점을 완전히 부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런 점에 견주어 위험한 생각들의 사회적 기능 또한 매우 중요하다.

20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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