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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과제 선정 과정서 ‘불협화음’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과제 선정 과정서 ‘불협화음’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05.1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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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전경./출처=다음 로드뷰 캡처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전경./출처=다음 로드뷰 캡처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ICT(정보통신기술) R&D(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정부 산하 기관이 국가과제 수행기업 선정과정에서 불투명한 심사 기준으로 해당 과제에 지원한 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기관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하 IITP)로, 지난 2014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으로 분산된 ICT R&D 전담기능을 통합해 설치된 기관이다.

15일 A기업의 B대표에 따르면 최근 A기업은 IITP의 부당한 심사로 회사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기업은 IITP가 C과제를 수행할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발표한 공고문에서 “사업계획서는 15페이지 이내로 작성하여야 함”이라는 붉은색으로 강조한 문구에 주목했다. 해당 과제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해 구체적 기술 방안을 자세히 서술하는 게 각별히 중요했다.

A기업은 자사 기술의 핵심을 짧게 압축 정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15페이지 내에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사항들은 사업계획서 외 별첨으로 상세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A기업을 기다린 것은 발표 평가장에서 심사위원들의 날선 지적들이었다.

대다수 경쟁 기업들은 공고문에서 제시한 ‘15페이지 이내’를 벗어난 30∼50페이지의 방대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심사위원들은 A기업의 별첨 자료는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계획서의 적은 분량을 물고 늘어졌다고 B대표는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심사위원들은 아예 A기업의 답변을 시작도 못하게 가로막기까지 했다고 A기업 측은 항변했다.

결국 공고된 ‘15페이지 이내’라는 가이드를 지킨 A기업은 과제 선정 과정에서 낙마했고, 선정된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이드를 어기고도 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됐다.

실제로 해당 과제 수행에 선정된 7개 기업의 사업계획서 분량을 살펴보면 16페이지, 49페이지, 62페이지, 31페이지, 83페이지, 47페이지, 73페이지 등 선정된 모든 기업들이 ‘15페이지 이내’라는 가이드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15페이지 이내 작성되어야 함”이 권고사항 이냐는 질문에 IITP 측은 “의무사항처럼 표현되어 있으나 작성 분량은 사실상 권고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사항을 ‘권고’로 인식하기 위한 근거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IITP 측은 “15페이지 이내 작성은 사업계획서 작성분량의 적정한 수준을 제시하기 위함이며, 해당사항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이에 따른 제재 또는 처분기준·근거가 없어 사실상 권고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공고문 일부 발췌. 공고문을 살펴보면 "본문 글자크기는 12pt 기준 권고"라고 분명히 '권고'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지만 "5억원 이하 과제 : 15쪽 이내"라는 문구에는 '권고'라는 단어 표기가 없다.
공고문 일부 발췌. 공고문을 살펴보면 "본문 글자크기는 12pt 기준 권고"라고 분명히 '권고'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지만 "5억원 이하 과제 : 15쪽 이내"라는 문구에는 '권고'라는 단어 표기가 없다.

하지만 공고문 가운데 “본문 글자크기는 12pt(포인트) 기준 권고”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권고 사항은 분명히 ‘권고’라고 표기되어 있다.

게다가 공고문 1페이지 중 “5억원 이하 과제 : 15쪽 이내”라는 안내 문구 옆에는 ‘권고’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으로 A기업 측은 인식했다는 주장이다.

A기업 관계자는 “저희가 부족할 수 있고, 다른 기업이 더 우수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권고’라는 말이 없어서 당연히 ‘의무사항’인 줄 알고 과제를 준비했는데, ‘권고라는 말이 없어도 사실상 권고’라는 IITP 측의 답변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해당 과제를 진행한 IITP 관계자는 “실제로 ‘권고’라는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때문에 공고문을 관리하는 실무부서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15페이지 이내’ 옆 부분에 ‘권고’라는 문구를 삽입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혁신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에게 연구 지원 국가 과제는 매우 중요한 기회이다. 골든 타임을 지킬 연구 재원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선진 기술력 평가의 공신력도 인정받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 연구 지원 과제의 이러한 불협화음과 불편한 뒷맛이 전체 산업과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리 없다는 점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이러한 공모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기업의 꾸준한 노력과 혁신으로 일궈낸 기술력을 국가기관의 석연치 않은 심사로 기회를 박탈 당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정직한 기술력과 공공성 대신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려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이번 사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올 하반기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다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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