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4:39 (목)
집중력을 잃은 사회
집중력을 잃은 사회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4.25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중력을 잃은 사회
 
 개인도 마찬가지지만 국가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달하려면, 특정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범사회적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 집중력에는 많은 것이 포함된다. 노동과 함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적 역량 등을 총체적으로 지탱해주는 바탕으로서의 기본지식과 이 기본지식을 상호 연결하는 정보네트워크, 그리고 이를 토대로 형성되는 창의, 곧 새로운 지식과 이 지식의 성장을 토대로 하는 문화적 역량의 확대가 바로 이 집중력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60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줄 곧 추구한 것은 오로지 빈곤과 가난을 탈출하기 위한 산업화였다. 우리는 이 목표를 향해 관과 민이 힘을 합쳐 돈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이 결과 우리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성과 또한 이룩했다. 이 같은 경제적 성과에 힘입어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경제적 민주화에 있어서도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이 같은 한국의 정치, 경제적 성과는 세계의 많은 저 개발 국가들로 하여금 한국의 발전 경로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저 개발 국가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우리로서는 흐뭇할 뿐만 아니라 자부심까지 갖게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는 사회발전 목표와 함께 바로 앞서 지적한 집중력을 잃었다. 이점은 사회내부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이상과 사회경제적 이상이 합치되지 않은 탓이다. 사회의 이러한 경향은 그 동안 진행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의 심화 확대와 함께 조성된 사회 내부의 잠재적 불안의 심각한 확대이다. 특히 이 잠재적 불안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현실로 등장할 지 알 수 없다.

한편 한국에 있어서 이 같은 잠재적 불안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경제적 불안, 곧 국민의 소득불안이다. 소득불안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른 경제위기에 기초한 일면이 있지만, 이 보다는 산업구조의 특성에 따르는 측면이 또한 있다. 즉 디지털 기술 중심의 새로운 산업은 기술 및 자본집중력을 더욱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나타난 것이 고용 없는 성장이다. 바로 지금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은 일자리 부족과 함께 실업자를 양산하여 종래 국민의 소득불안을 야기한다.

이런 경제사회적 문제와 함께 최근 정치, 군사적 불안도 점차 가시권에 드는 등 혼란상을 연출하고 있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요인과 분단국가라는 현실이 우리의 앞날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지금 남북 대결은 냉전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이외에도 한국은 문화적 혼돈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사회 내부의 무질서 경향이다. 특히 이 사회의 무질서 경향은 개인의 권력추구와 함께 나타난다. 개인의 권력추구는 공적 부문의 역할 확대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개인의 공직 추구가 하나의 사회적 경향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지금 한국은 공직자와 공직자 같은 생활을 하는 몇몇 대기업 직원들 이외에는 늘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신체의 혈관에 비유해 표현하면 대동맥은 정상적인 흐름 속에 있으나 모세혈관은 비정상적인 흐름 속에 있다. 이로써 대동맥이라는 혈관만이 제 역할을 하고 있고, 나머지 혈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서 대부분의 신체 조직이 심각한 정도의 병환 중이다.

아무튼 지금 한국은 발전 방향을 잃은 채 혼돈 속에 있다. 비록 정부가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연호하고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국민은 그것을 국가적 권위쯤으로 생각한다. 이로써 한국사회는 분열과 갈등 속에 점차 더 깊이 빠져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습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딜레마다.

이 같은 내부문제와 함께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국민들은 이제 한국이 돈을 좀 가졌으니, 국제사회에서 배를 좀 내밀거나 눈을 아래로 깔고 상대를 대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 발을 들여 놓은 한국이 선진국 행세를 하자니 자꾸 엇박자가 나는 등 무식한 점을 드러내며 마치 졸부와도 같은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한국적 우월주의로 대변되는 이 같은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경향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혼란상을 보여 주는 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혹자는 이 같은 혼란이 이념의 지평이 보다 넓어지고 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국민적 욕구가 커진 탓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일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소통도구는 사회가치의 통합과 분산을 매우 빠르게 조장한다.

이 점에 대한 국민의 이해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우리의 현실 정치조차도 이 점을 옳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써 나타난 것이 정부 독선이다.

정부 독선은 정부판단 하에 정부 주도로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정권의 고집을 말한다. 이 또한 우리사회의 목표의식과 집중력을 저해하는 요소다. 정부의 독선으로 사회적 합의가 존중되지 않는 등 오히려 사회가 분열과 갈등 구조 속에 빠져든다. 이와 함께 사회는 더욱더 혼란스러운 경향을 보인다.

이 때 또 다시 등장하게 되는 것이 사회통합 혹은 강력한 조정자로서 정부이다.
한편 이러한 이유로 등장한 정부는 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포풀리즘을 강화하려 들거나, 급기야 파시스트적 경향을 보인다. 이 점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말이면 모든 사안이 즉시 해결되는, 곧 보이지 않는 대통령 명령 지상주의다.

그렇게 오래 동안 문제를 제기해도 결코 해결되지 않던 민원이 권력자의 말에 의해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라든가, 권력자가 나서는 길에 도열하는 사람의 행태만을 보더라도 그렇다. 물론 이 근저에는, 앞서 말 했듯이,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행사하는 정부의 돈 집행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경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시장)의 두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 민간부문의 경우 그나마 시장이라는 자율조정 기구가 작동해 자원 배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형평성 및 효율성을 달성한다. 하지만 정부부문의 경우 집행자로서 공직자의 의지에 의해 자원의 직접 배분된다. 이 때 나타나는 것이 자원의 낭비 곧 비효율이다. 이 때 큰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갖가지 공직비리 또한 나타난다.

이 같은 공직비리 중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은 공직자의 공급횡령 비리는 사소한 것이다. 즉 공직자의 공금횡령 사건과 같은 직접 비리는 비교적 낮은 직급의 공직자들에게서 일어난다. 이에 비해 고위 직급의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활용해 우회적인 범죄에 나선다. 즉 대형국책 사업을 발주하는 등의 형태로, 곧 우회적으로 공금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를 짓는다. 이 같은 우회적 횡령은 공적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등 사실 상 그 폐해가 매우 크지만, 밝히기는 직접 횡령보다도 더 어렵다. 최근 정부의 토착비리 척결의지가 작동해 밝혀지고 있는 각 지자체 장들의 뇌물 사건의 경우 이런 유형의 범죄에 든다.

아무튼 지금 한국은 국가발전 목표와 함께 집중력을 잃었다. 이로 인해 지금 한국은 일대 대 혼돈 속에 있다. 이 근저에는 우리의 무지가 함께 기능한다. 즉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등 사회발전을 위해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지만 이미 우리의 몸은 충분할 것이라는 과거의 생각에 갇혀서 현재의 자신을 옳게 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있다. 이를 자각하는 것이 우리가 잃은 목표와 집중력을 동시에 되찾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후 정부의 사회에 대한 영향력 축소가 필수다. 국가의 권위에 빌붙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 지금 한국은 정부가 모든 일을 주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민간부분의 성장 동력 약화와 함께 사회가 아주는 낮은 저효율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물론 이런 경제 환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크지만 정부성격과도 맞물려 있다. 자율과 창의가 제대로 기능해야만 문화적 역량의 강화와 함께 문화적 생산성 또한 강화된다. 즉 문화적 창의성은 개인의 특성에서 나온다. 국가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은 이 점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이후 정부는 복지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 대해서는 가급적 사회에 대한 정부 역할을 줄여 나가야 하며, 이 때 비로소 우리사회가 잃고 있는 국가적 목표와 잃은 사회 내부의 집중력 또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2010.4.2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