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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본 불매운동 비켜간 농협하나로마트, “돈벌이에 일본에 무릎 꿇어”
[르포] 일본 불매운동 비켜간 농협하나로마트, “돈벌이에 일본에 무릎 꿇어”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08.0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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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완수 기자
출처=전완수 기자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주부 이모씨(35)는 지난 1일 하남시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 매장을 방문했다가 기분이 상당히 나쁜 상태에서 매장 문을 빠져 나가야 했다.

그 이유는 매장을 들어간 순간부터 눈에 띄는 ‘일본산 식재료’ 때문이다. 농협하나로마트는 국내 농축산물 직거래로 우리 농업인에게 실익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고 안전한 ‘우리 농축산물’을 공급할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기업이다.

홈페이지에는 “농민과 함께 대한민국에 믿을 수 있는 행복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초일류 농식품 유통전문기업”이라고 소개했지만 아직까지 농협하나로마트 매장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소식이 들리지 않은 듯했다.
 
주류 코너에 버젓이 아사히 등 일본 맥주와 사케가

주류 코너를 돌던 주부 이모씨는 경악스런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지난 1일 ‘아사히’ ‘사뽀로’ ‘기린’ 등 일본의 유명 맥주가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 자리가 일본맥주 자신들의 원래 자리였던 것처럼 앉아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 충격은 한쪽 코너에 일본 전통주인 ‘사케’까지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 점입가경이었다. 중소 소상공인은 물론 편의점 점주들도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일본맥주를 매대에서 치우고 있는 이때 농협하나로마트는 버젓이 일본맥주를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전완수 기자
출처=전완수 기자

주부 이모씨는 농협하나로마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잡쳤다면서 “왜색 일색 농협하나로마트는 각성해야 한다”고 따졌다.

주부 이모씨는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 이때 농민을 보호하는 농협이 일본을 두둔하고 나선 것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 다시는 농협하나로마트에 오고 싶지 않다”면서 격분했다.

마침 휴가 중인 김모씨(42)는 모처럼 딸아이와 함께 캠핑 준비를 하기 위해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곤란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김모씨는 “직장으로부터 벗어나 휴가를 맞이해서 만점 아빠가 되기 위해 캠핑 준비를 위해 농협하나로마트를 딸아이와 함께 찾았다. 그런데 딸 아이가 ‘아빠 이거 일본제품 아니야’라고 질문을 했는데 내가 다 화끈거렸다”면서 농협하나로마트의 일본 제품 판매에 대해 질타했다.

김모씨는 “지금이 어느 때라고 일본 제품을 전시하는지? 지금은 사실상 경제 전시(戰時)체제 아닌가? 농협하나로마트를 일본 아베마트로 이름을 바꿔야 할 듯”이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 뿐만 아니라 농협하나로마트에는 외국산 식재료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과일코너에는 필리핀산 파인애플을 비롯해 수산물 코너에는 태국산 해파리, 중국산 다슬기살, 러시아산 명태포 등 국적도 다양했다.

경기도 모처에 위치한 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아직도 외국산 제품들이 버젓이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진열되 있다./출처=전완수 기자
경기도 모처에 위치한 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아직도 외국산 제품들이 버젓이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진열되 있다./출처=전완수 기자

매년 수입농산물은 국정감사 위에...올해는 일본산 농산물 오를 듯

사실 농협하나로마트는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입농산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농협은 지난해 전국 하나로마트를 대상으로 ‘수입농산물 취급 근절 철저’라는 문구가 담긴 공문을 하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고, 일본산 농산물은 물론 일본 제품이 버젓이 판매를 하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가 농협중앙회와 농협유통이 농업생산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설립된 특수기업이다.

하지만 버젓이 일본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이나 전개되면서 전국적으로 동참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는 물론 대형마트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데 농협하나로마트만 무풍지대인 것에 대한 논란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농민을 보호해야 할 농협하나로마트가 오히려 일본 농민을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농협 측은 농협하나로마트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농협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일본산 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히 확인해 볼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일본제품 판매하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 국정감사에서 따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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