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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콤’ 안국약품, 3달새 ‘700억’ 증발한 사연
‘토비콤’ 안국약품, 3달새 ‘700억’ 증발한 사연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08.0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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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약품 본사 전경./출처=다음 로드뷰 캡처
안국약품 본사 전경./출처=다음 로드뷰 캡처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토비콤’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안국약품이 잇따른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3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700억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한숨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안국약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어진 부회장이 지분 22.67%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20.53%를 보유한 어준선 회장이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최근 3개월 사이 시총 700억원 증발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중인 안국약품은 지난 2일 전날과 변함없는 94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안정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최근 3개월여 사이 안국약품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이 기간 정점을 찍었던 지난 3월 27일 기준 안국약품은 1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달 2일 주가와 비교하면 최근 3개월여 사이에 안국약품의 주가는 무려 38% 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1970억원에서 1229억원으로 쪼그라들어 무려 740억원 가량이 증발했다.

안국약품 한 주주는 “종합 지수가 올라도 떨어지고 지수가 떨어지면 더 떨어지고, 1만8000원에 사서 2년여 갖고 있는 나는 어떡해야하나. 회사 측의 해명을 듣고싶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불안한 안국약품의 주가 흐름에는 충분히 설명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최근 3개월 여 간 안국약품 주가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최근 3개월 여 간 안국약품 주가 추이./출처=한국거래소

리베이트 혐의로 경영진 재판에...

최근 안국약품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90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경영진과 의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달 25일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 등 3명과 법인을 약사법 위반,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안국약품으로부터 불법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85명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이 가운데 1명은 구속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검찰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안국약품 본사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USB, 하드디스크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과 함께 안국약품 전·현직 관계자와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받는 의사들의 소환조사도 진행됐다.

특히, 검찰은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달 23일 서울서부지법은 혐의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안국약품의 리베이트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의사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안국약품은 일부 의약품에 대한 판매업무 정지 처분과 함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안국약품 주요 제품./출처=안국약품
안국약품 주요 제품./출처=안국약품

불법 임상시험 의혹까지

안국약품에 대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한 언론 매체는 안국약품이 내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진행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당초 안국약품은 비글견의 피를 뽑아 시험한 것처럼 검체 분석기관과 계약서를 썼지만 국과수 분석에서는 사람 대상 시험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특허, 기간이 끝난 약품의 개량 신약을 실험할 때 연구원들의 피를 사용하고 특히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응고제 등을 연구원들에게 투약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부작용이나 쇼크 위험 때문에 의사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다.

해당 매체가 밝힌 더 큰 문제는 연구원들이 동의서와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채 시험 대상이 됐고 임상 시험 현장에는 응급 의료진은 없고 일명 ‘주사아줌마’가 채혈을 맡아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국약품 측은 해당 매체에 “회사 지시나 강요 없이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검찰로 넘어갔지만 검찰은 1년 반 이상 수사 중이라며 결론을 내지 않고 있고 불법 임상시험 비용의 최종결재권자였던 안국약품 대표는 한 차례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해당 매체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적 부진도 주가하락에 한 몫

증권업계에서는 안국약품에 대해 이 같은 잇따른 악재와 함께 시들한 올해 1분기 실적도 주가 하락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47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413억원 대비 1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억원, 순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5%, 18.4% 줄었다. 결과적으로 매출과 영업익, 순익 모두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실적은 비단 안국약품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제약기업들은 올해 들어 수익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1분기를 시작했다.

제약업계는 2015년까지 만해도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에서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3년전부터 매출 부문이 한자릿수의 저성장을 지속하더니 이제는 수익 부문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 등 잇따른 임상실험 이슈로 인해 제약 바이오 업종이 맥을 못추고 있다”면서 “때문에 임상실험 이슈로 고공행진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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