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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H'로 뜬 해태 '갈아만든 배'...가공공장이 가축전염병 매몰지 인근에 있다니
'idH'로 뜬 해태 '갈아만든 배'...가공공장이 가축전염병 매몰지 인근에 있다니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08.09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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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자회사 해태htb가 소비자 관심에 힘입어 출시한 '갈아만든 배 by 숙취비책' 제품 모습./출처=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자회사 해태htb가 소비자 관심에 힘입어 출시한 '갈아만든 배 by 숙취비책' 제품 모습./출처=LG생활건강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소비자들 사이에 'idH'로 불리며 해마다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해태 ‘갈아만든 배’가 전염병으로 오염된 가축 매몰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불안한 시선을 받고 있다.

8일 경상북도와 군위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군위군에 큰 소동이 있었다. A농업회사가 지난 2010년 강원도 홍천군에서 구제역에 감염돼 매몰 처리된 가축 사체(소 116두)를 군위군의 한 과수원으로 가져와 퇴비화 작업을 하다 지역 농민들에게 적발됐다.

경북도와 군위군은 해당 사체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심각한 상황이 아니란 입장이다. 문제는 가축 전염병 바이러스가 없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토양과 수질 오염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해당 과수원은 군위군의 젖줄인 위천과 불과 15~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청정지역인 군위의 토양과 수질오염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경북도내에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구제역과 AI 등 가축 전염병으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 매몰지가 19개 시·군에 1천264곳이나 된다. 이곳에는 가축전염병에 감염된 닭, 오리, 돼지, 염소, 소 등 100만여마리가 매몰돼 있다.

하지만 도내 가축 매몰지 가운데 138개소를 제외한 1천126개소는 매몰지 관리에서 해제돼 있다. 사실상 1천개가 넘는 가축 매몰지가 무방비로 방치된 셈이다.

출처=전완수 기자
출처=전완수 기자

관리 해제된 매몰지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환경오염에 대한 점검도 없이 상당수가 농업용 창고나 가건물로 이용되거나 농경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이 심각한 상황에 더욱 큰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들 사이에 ‘idH’로 불리며 숙취음료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해태htb의 ‘갈아만든 배’ 가공공장 가운데 한 곳이 이 곳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해태htb의 가공공장은 충남 천안과 경북 칠곡, 경북 군위 등 3곳이다.

해당 가공공장 관계자는 “갈아만든 배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물은 상수원인 위천강에서 나오는 물을 정수해서 사용한다”면서도 “지난해 말을 끝으로 현재는 갈아만든 배를 만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지가 8일 직접 구입한 갈아만든 배 제품 포장에는 해당 가공공장이 주소와 함께 명기돼 있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 A씨(35)는 “갈아만든 배에 들어간 물이 꼭 오염됐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아이에게 먹이기에는 다소 불안하다”고 전했다.

직장인 B씨(29)는 “전날 폭음을 한 다음날 아침에는 숙취해소를 위해 ‘갈아만든 배’를 매번 마셨다”며 “가축전염병에 오염된 물이 들어가 있을지 모른다니 앞으로는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북도는 농림부에 동물 사체의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해 달라는 건의를 한 것을 제외하면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 모습이다.

한편, ‘갈아만든 배’를 판매하는 해태htb는 지난 2011년 LG생활건강이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는 ‘갈아만든 배’와 함께 기능성 드링크인 ‘영진구론산바몬드’를 대표상품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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