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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진화하는 고액자산가 탈세 수법”...국세청, 219명 조사 착수
“갈수록 진화하는 고액자산가 탈세 수법”...국세청, 219명 조사 착수
  • 전수용 기자
  • 승인 2019.09.19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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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이 19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탈세혐의 고액 자산가 등 219명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출처=국세청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이 19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탈세혐의 고액 자산가 등 219명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출처=국세청

[시사브리핑 전수용 기자] # 건설업체인 A사는 사주의 장남에게 거액의 회사자금을 빌려주고 돌려받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거래업체와 공모해 거짓으로 세금계산서를 줬다.

이후 A사는 장남에게 흘러간 대여금을 회수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거래처에게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고 허위로 부채(미지급금)를 만들었다.

이후 사주 장남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거래처의 부채를 갚은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다. 국세청은 법인세와 장남의 소득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고발했다.

# 제조업체 B사는 회사 소유의 상표권 지분을 사주의 부인에게 무상으로 넘긴 뒤 사용료를 수십 억원씩 과다하게 지급하는 식으로 회사의 자금을 빼돌렸다. 이후 사주의 부인으로부터 다시 고가로 상표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 사주의 형에게 고급 차량과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등 사주 일가에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국세청은 B사의 법인세와 사주의 부인·형의 소득세 등 총 300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이 기업자금 유출, 부당 내부거래 등을 통한 사익편취 혐의가 있는 기업 사주 등 고액 자산가와 부동산 재벌, 뚜렷한 자금원이 확인되지 않는 미성년·연소자 부자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일부 기업 사주는 ‘땅굴파기(Tunneling)’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과 사업 기회를 빼돌리다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땅굴파기는 눈에 띄지 않게 땅굴을 파는 것처럼 회사의 이익을 사주일가 등 지배주주가 은밀하게 빼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19일 국세청은 탈루 혐의가 크고 고액의 자금을 편취해 기업에 큰 손해를 끼쳤거나, 이익을 빼돌린 수법이 교묘하고 악의적인 219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출처=국세청
출처=국세청

국세청은 최근 고액 자산가의 이익 빼돌리기 수법이 과거 단순한 매출누락·가공원가 계상이나 법인카드 사적사용, 증자·감자·합병·고저가 거래 등 1차적 자본거래에서 벗어나, 복잡·다양·교묘한 거래구조를 설계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형상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세회피 목적의 거래 형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무직자·학생·미취학 아동 등 미성년·연소자가 정당한 소득·자금원 없이 고액의 부동산, 주식이나 예금을 보유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219명 중에서 고액 자산가·부동산 재벌은 72명(기업자금 유출 32명, 부당 내부거래 14명, 변칙 상속증여 26명)이다. 또한 조사대상자 미성년·연소자 부자 147명 중에서 무직은 16명, 학생은 12명, 미취학 아동은 1명이다.

A법인은 사주 장남에게 대여한 자금을 거래처와 허위거래를 통해 계상한 가공부채와 상계하는 수법으로 법인자금을 변칙 유출했다. 이에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해 법인세와 소득세 등 900억원을 추징한 후 고발 조치했다.

B법인 사주는 친인척과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을 장내 양도와 유상감자를 통해 현금화한 후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다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300억원을 추징한 후 고발조치했다.

C법인의 사주는 상장 예정인 차명주식을 매매로 가장해 연소자인 자녀들에게 우회 증여함으로써 상장에 따른 주식가치 증가이익을 변칙 증여한 혐의가 포착돼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주식명의신탁 및 주식가치 증가이익에 대해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부동산임대업자 D씨는 매매를 가장해 꼬마빌딩의 소유권을 유아인 손자에게 이전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이에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수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조사대상자 219명이 보유한 재산은 총 9조2000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보유자도 32명에 이른다.

미성년·연소자 부자는 가족 1인당 평균 111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자산포트폴리오는 주식(74억원), 부동산(30억원), 예금 등 기타자산(7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미성년·연소자 부자의 1인당 평균 재산은 44억원에 달했다.

고액 자산가·부동산 재벌 72명의 재산은 2012년 3조7000억원에서 2018년 7조5000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고, 미성년·연소자 부자 147명 재산도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사익편취 행위를 일삼는 고액 자산가와 세금 부담 없이 부를 이전받은 미성년·연소자 부자 등의 탈루 행위에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세행정시스템인 NTIS 구축자료, 자체 수집한 현장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소득·재산·지분변동 상황을 상시모니터링하고, 검찰·금융위·공정위 등 유관기관과 관련 정보교환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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