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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길, 이게 역사다.
파국의 길, 이게 역사다.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5.20 09: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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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길, 이게 역사다.

 파국의 길, 무엇하나 식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46명의 해군병사가 전사한 천안함 사태도, 곧 있을 남아공 월드컵 대회도, 주가, 금리, 환율 등 주요 경제변수의 움직임라든가 급기야 6.2 전국 동시 지방 선거 진행 사항조차도 내겐 무의미하다. 이들 모두가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들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들이 식상하고 무료한 하나의 일상으로 전락했다.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것이 시간의 문제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 긴박했던 천안함 침몰 사건도 인양 후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리라는 것이 이미 드러나 있고,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요동치고 있는 주가의 향방도 이미 결정이 나있다. 그 끝은 파국이다.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나 6.2 전국 동시 지방 선거 결과 역시 불을 보듯 뻔하다.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꿈을 안고 장도에 오르는 축구국가 대표 팀이지만 그것은 우리의 욕심이다. 6.2 전국동시 지방 선거 결과가 여하하든 간에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2년 반 동안의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배는 달라진다. 즉 6.2 전국동시 지방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이후 전개될 개헌정국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석패라도 한다면 이후 전개될 개헌정국은 파행이 불가피하다.
사실 현 정부는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룩한 만큼 집권 초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집권한지 2년 반이 다가온 이 시점까지도 여전히 정부는 국정운영 과정에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정부는 이미 역사가 된 5.18 광주민주화 운동조차도 옳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6.2 지방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부 당국자 역시 일정부분 무리수를 두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 같은 정부행동은 정말 옹졸하고 치졸한, 어리석은 정부행동이다. 바로 광주민주화 운동 30주면 기념식에서 마치 그 주제가처럼 불렸던 ‘님을 위한 행진곡’조차 정부가 부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 곡 대신에 ‘빙아타령’을 연주하도록 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정부행동이 청와대나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에 의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로 인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만은 모두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몫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관세음보살’은 ‘소리를 들어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보살’을 지칭한다. 모든 정보를 한 손에 든 정부가 어찌 정부행동 뒤에 뒤따를 사회적 파장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행동하는 지, 일반 국민으로서는 그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적어도 이념과 정체성이 과거 정부와 다른 현 정부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적 고민이 없을 리 없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렇게 볼썽사납게 처리한 것은 어리석은 정부의 전형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정부는 모든 대북관계에 대해 단절조치를 취했다. 과연 이 같은 정부의 조치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운 장래에 우리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물론 북한 역시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이점이 우리가 노리는 것이라면, 그리고 기꺼이 전쟁이라도 치러 통일의 시기를 앞당기려 한다면, 이는 분명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현재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해 그 원인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더라도 우리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듯이, 미국의 협조 하에 이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하는 일이다. 물론 중국이라는 거대장벽으로 인해 이조차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의 버럭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한국의 조사를 신뢰하며,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거대한 장벽으로 미국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기 마련이다. 즉 중국은 “이번 천안함 침몰 사태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런 점을 보더라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한국이 실현하고자 하는, 곧 이 문제를 유엔안보리 회부하는 일조차 그리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론 미 상원의 즉각적이고 단호한 움직임에서 보듯 천안함 사태 처리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보다 확고하다는 점이 우리로서는 큰 위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이 종래 아주 나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봐 일견 두렵다. 남북관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다 꺾어지면 그것은 곧 휴전의 종식과 함께 또 다시 전쟁이다. 이것은 파국이다.

우리는 6.25 전쟁의 아픈 기억을 아직 다 떨쳐내지 못한 상태다. 사실 전쟁의 대전제는 경제문제가 그 단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세계는 경제적 용인으로 전쟁을 필요로 한다. 과잉인구로 인한 에너지의 과다소비는 기후변화를 포함하여 지구의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켜, 지구 생태계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고, 종래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존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는 세계경제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전쟁이 우리 모두에게 닥치고 있음을 느낀다. 가까운 장래에 세계경제는 금융질서의 대 혼돈과 함께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 뒤에 나타날 것이 세계정치군사 질서의 대혼란이다. 그리고 그 진원지는 한반도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현재 미중은 경제문제로 인해 서로 협력동반자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관계 또한 곧 깨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특히 미중의 관계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게 되고 한반도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탄생시키는 원초의 장으로 내 몰리고 만다.
이처럼 한반도는 지금 매우 위험한 시기와 맞닥뜨려 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지만, 정부나 국민 중 어느 누구도 지혜를 모으기 보다는 자신의 정치 경제적 권익을 쫒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에게 초래되는 것은 곧 우리 모두의 파국이다.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위해 온 인류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 같은 요구로 지금 세계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혜를 모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혜를 모으려는 세계 소통의 장이 오히려 분열과 갈등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더 크다. 이 점은 세계인류가 추구하는 패권적 속성 때문에 발생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물론이고, 세계 또한 앞서 말한 파국을 결코 막지 못한다. 세계는 이미 이 같은 전례를 경험해왔다. 그리고 이 경험은 그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식상함으로 남았다.

앞서 말한 식상함은 우리 모두에게 곧 자포자기를 부르고, 종래 파국의 원초가 된다. 식상함의 이면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이성은 무모해지는 한편 새로운 경제 환경이나 기타 정치군사적 상황에 대해서도 오판을 부른다.
지금 한국과 세계는 이 식상함과 그것이 부르는 오판 속에 있다. 금융경제문제를 비롯해 정치군사적 혹은 문화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변화가 요구하는 것이 곧 기존 세계질서의 파괴이다.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이 같은 세계의 변화 욕구에 불씨를 지필 곳이 바로 한반도이며, 천안함 침몰 사태다.

세계는 지금, 특히 미국은 지금 세계적 패권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마지막 선택의 시기를 맞았다. 이 마지막 선택의 시기를 미국은 반드시 활용하려 들 것이다. 이 덫에 이미 걸려든 게 한국이다.
한국정부는 천안함 사태로 이미 건널 수 없는 전쟁의 강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런데 그 강물이 아직 그리 차갑지 않다. 바로 이점이 문제다. 차갑지 않은 강물의 수온은 한국의 발을 더 깊은 곳으로 유인하고 있다. 이 유인에 이끌려 두어 발만 더 전진하면 우리 모두는 결코 돌이 킬 수 없는 깊은 전쟁의 강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그 전쟁의 강은 우리 모두를 통째로 집어 삼킬 것이다.하지만 세상은 이런 과정을 거처 파괴되었고, 또한 창조된다. 이게 역사다. / 20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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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뿌뿡 2010-05-21 14:04:05
뿌뿌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