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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에 갑질한 KT...부실 조사로 면죄부 준 중기부
中企에 갑질한 KT...부실 조사로 면죄부 준 중기부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10.09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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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국내 초대형 통신기업 KT가 중소기업에 이른바 ‘갑질’을 한 정황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실 조사로 사실상 KT에 면죄부를 준 의혹이 일어 파장이 일파만파다.

9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구매조건부 R&D 사업결과를 분석한 결과, 중기부가 해당 R&D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를 인지하고도 부실한 조사로 책임을 묻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조사에서 불공정거래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기술중복의 여부·과제선정 적합성 등 진상규명 및 피해구제와 무관한 내용만을 살펴본 뒤 대기업이 참여한 전체 과제(52건)에 대해 ‘문제없음’ 판정을 내렸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2월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수요기업인 KT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벤처기업 A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KT는 A 기업에게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조건부 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명분으로 자사 제품을 강매했다.

또한 A사 제품의 핵심부품을 특정 업체로부터 고가에 납품받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A사는 구매 조건부 사업 참여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강매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청원의 요지다.

이번 R&D과제 관리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공공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하 ‘기정원’)은 위 청원과 KT 갑질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검증위원회를 개최했다.

우원식 의원실이 기정원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사 내용은 ▲해당 기술의 중복 여부 ▲해외 진출 시 시장 전망 ▲기술의 적합성만 포함돼 있고, 당초 논란이 된 부당·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는 평가 항목에서 제외돼 있었다.

조사의 체계 및 평가 방법 또한 매우 형식적이었다. 불공정거래를 당했다는 중소기업의 의견을 듣는 과정 또한 없었다.

불과 7시간 만에 지난 수년간 KT가 참여한 52개 기술 과제의 평가보고서를 서면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문제없음’ 판정을 내렸다. 부실 조사·면죄부 의혹을 쉽게 떨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구매조건부 R&D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개발 협력과 구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매우 좋은 취지의 사업이지만, 위 사례와 같이 수요기업(구매처)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요인도 많다.

실질적인 R&D구매가 없이 자금을 출연하거나 사업만 참여해도 수요기업에게는 동반성장평가 상 가점과 법인세 인하 등의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KT가 A사 사례 이외 나머지 과제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 역시 하지 않았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구매조건부 소재, 부품, 장비 신제품 개발 참여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일부 수요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요기업 10곳 중 3곳은 사업에 참여해놓고도 실제 구매를 하지 않았고, 10곳 중 1곳 이상은 정부가 제시한 ‘구매동의 수준’ 까지만 구매하고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무역보복 때문에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장비’ 분야의 경우, 절반 가까이(47.1%) 구매로 이어지지 않거나, 구매동의 수준(17.6%)까지만 구매하는 등 장비산업 분야의 63.7%가 약속된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우원식 의원은 “일부 수요기업들이 상생협력을 위해 정부 예산을 들인 사업에 참여해 인센티브만 취하고, 실제 구매는 하지 않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어 “이번 사업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구체적인 정황을 입수 하고도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조사하지 않음으로써, 대기업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산업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당·불공정행위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대책의 성과가 중소기업들에게 오롯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중기부는 이번 사례부터 철저히 재조사하는 등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라는 본래 제도의 취지를 구현하는데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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