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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우려까지"...KT&G ‘릴베이퍼’, ‘사면초가’
"제2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우려까지"...KT&G ‘릴베이퍼’, ‘사면초가’
  • 전완수 기자
  • 승인 2019.10.2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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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지난 23일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가운데, KT&G가 ‘쥴’의 대항마로 준비했던 ‘릴베이퍼’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발표 이후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국회에서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아예 수입이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KT&G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특히, 청소년은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의 안전관리를 위한 2차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15일 기준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 폐손상 1479건과 사망 33건이 발생했다. 매주 사건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도 2일에 유사한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전문가 검토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인한 폐 손상 의심 사례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외국 사례 발생에 이어 국내에서도 폐 손상 의심 사례가 보고되는 만큼, 정부는 담배와 관련된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민관합동조사팀을 구성해 중증폐손상자 사례에 대해 역학조사를 통해 연관성을 밝힐 계획이다.

이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중증 폐손상 및 사망사례가 다수 발생한 심각한 상황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어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국회 계류 중인 담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률안이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고, 정부도 이에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두관 의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우려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가 나온 이후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국회에서는 아예 수입이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전날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이 소비자들에 사용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제 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 중중 폐손상을 초래하는지 인과관계를 따지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것 보다는 수입이나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수입·판매 금지가 불가능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수입사나 판매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판매 중지 요청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과거 늑장 대응으로 1500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의 공포가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 릴베이퍼와 전용카트리지 시드./출처=KT&G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 릴베이퍼와 전용카트리지 시드./출처=KT&G

KT&G, ‘릴베이퍼’ 어쩌나

이같은 상황 속에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필립모리스 ‘아이코스’보다 5달 가량 출시가 늦어져 선점효과를 놓친데 이어 쥴의 대항마로 불리는 릴베이퍼 마저 전자담배 시장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사측에서는 자사 제품에 THC(대마유래성분)와 대마추출물 등 문제되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부의 움직임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쥴랩스의 ‘쥴(JUUL)’과 KT&G의 ‘릴베이퍼’가 있고, 액상형과 궐련형의 장점을 모은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에는 KT&G의 ‘릴 하이브리드’와 JTI의 ‘플룸테크’ 등이 있다.

담배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유사 전자담배의 일종인 ‘버블몬’ 역시도 니코틴이 함유돼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의 발표 직후 관련업계에서는 일제히 “정부의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자사 제품에는 THC와 대마추출물, 비타민E 아세테이트 등 문제되는 물질이 포함돼있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는 연초고형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액상담배가 아니라는 것인데, KT&G의 경우 ‘릴 하이브리드’는 문제가 안된다 하더라도 ‘릴 베이퍼’가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KT&G는 이미 이전에 국정감사에서 쥴랩스와 함께 한차례 지적을 받고 “조사결과에 따라 정부방침이 정리되면 저희는 성실히 따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련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소비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옮겨가거나 아예 기존의 연초담배로 회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3일 진행된 필립모리스의 기자간담회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 측은 “저희는 액상담배는 판매하지 않고 있고 이번 조치로 인해 저희에게 미칠 긍정적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해 일련의 파장과는 상관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사면초가 KT&G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를 계기로 KT&G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미 KT&G는 지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처음 국내시장에 들어왔을 당시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에 선수를 빼앗긴 바 있기 때문이다.

아이코스의 출시 이후 약 5개월 후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 출시됐지만,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아이코스를 중심으로 형성돼버린 탓에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때문에 액상형 전자담배 쥴의 출시때는 KT&G가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쥴이 출시된 이후 3일 만에 경쟁제품인 ‘릴 베이퍼’를 선보이며 빠르게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로 쥴의 선점을 막기 위한 릴 베이퍼가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연이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잘나가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돌연 안전성 문제로 ‘사용중단 권고’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KT&G의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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