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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유권자 알권리는 어디로
‘깜깜이’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유권자 알권리는 어디로
  • 서재호 기자
  • 승인 2020.01.03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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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시사브리핑 서재호 기자] 농협중앙회 회장은 250만 농민을 대표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물론 조합원들은 누가 자신의 대표로 나서는지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농협은 이를 알릴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예비후보 등록을 지난해 12월 19일 마쳤음에도 13명의 예비후보에 대한 정보를 농민은 물론 조합장 그리고 투표 당사자인 대의원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깜깜이 선거 우려가 있다.

농협 회장 선거는 30여일 동안 예비후보 활동기간을 보장하고 있고, 이 기간 동안 명함 배포 및 문자와 전화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후보 검증 기회는 사실상 없어

농협중앙회 선거 관계자에 따르면 회장 선거는 후보자 연설회, 공개토론회 등을 금지하면서 제한된 선거운동 방식으로 인해 유권자인 대의원들조차 후보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선거들은 TV 토론회를 비롯한 각종 공개토론회 및 후보자 연설회를 통해 후보는 자신을 최대한 알리고,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을 한다.

하지만 농협 회장 선거는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 그 자체다. 언론에서는 ‘4강 구도’ 혹은 ‘대세론’ 등을 이야기하면서 특정 후보 띄우기에 나서고 있고, 급기야 ‘전임 회장’ 인연까지 들먹이면서 ‘낙하산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 농협 회장 선거의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의원은 “이런 깜깜이 선거가 결국 지역 대결 혹은 학연 대결 혹은 혈연 대결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보니 유권자인 대의원들은 ‘어느 지역 출신’ 혹은 ‘어느 대학 출신’ 등을 갖고 판단하게 된다.

다른 선거가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 등을 토론회나 연설회 등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반면 농협 회장 선거는 오히려 후보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대의원 관계자는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것이 아니라 농협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겠다는 확실한 비전과 철학이다. 그런 것은 텍스트(선거홍보책자 혹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견 발표회 혹은 토론회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후보 토론회 등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후보자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회장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번 회장 선거가 끝나고 나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장으로서 책임감과 소신을 갖고 농정 철학은 물론 농정에 대한 이해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토론회 등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사청문회 수준의 자격과 자질 검증의 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13일의 선거운동 기간과 투표 당일 단 한번의 정견 발표만 있기 때문에 후보에 대한 냉혹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관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하지만 후보 검증의 장이 아예 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동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규칙’ 제15조 2에 의하면, ‘후보자 소견발표의 실시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정한다’고 돼 있다. 즉, 지금이라고 결단을 내린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농민이나 조합원 등은 고사하더라도 유권자인 대의원들이 더 이상 ‘묻지마 투표’ 혹은 ‘몰아주기 투표’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후보 토론회 등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의원 관계자는 “후보를 선택하고 싶어도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식의 선거를 한다면 백번 선거를 해도 혼탁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농협중앙회장 자리를 정치 행보의 디딤돌로 쓰려고 하거나, 도덕적으로 또는 책임감에 있어서 흠결은 없는 사람이지 등을 요모조모 따져봐야 한다. 농업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 농협중앙회장 또한 인사청문회 수준의 자격과 자질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인사청문회 수준의 후보 검증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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