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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설치한 삼성 vs 이재용 감형 핑계(?)
'준법감시위' 설치한 삼성 vs 이재용 감형 핑계(?)
  • 전완수 기자
  • 승인 2020.01.0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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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성
출처=삼성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삼성이 외부에 준법감시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설치해 계열사들의 위법 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는 총 7명으로,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맡는다. 준법감시위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식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의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기업범죄 재발을 막고 준법경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주문에 따른 것으로, 이재용 부회장 감형을 위한 핑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준법감시위 1월 말 출범

9일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준법감시위 인원 구성과 지위 및 운영 원칙,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의 외부위원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와 함께 삼성 내부인사로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고문)로 구성된다. 위원은 전권을 부여받은 김 위원장이 직접 선정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와 각각 협약을 체결하고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전반적이고 실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는 각 계열사에 준법감시와 관련된 자료 제출이나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이사회에 직접 권고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필요한 경우 준법감시위가 계열사의 법 위반 사안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이달 말까지 7개 계열사가 각기 협약과 운영 규정에 대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무리하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의구심, 불신을 넘어서는 것은 삼성이 풀어내야 할 과제이자 동시에 위원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출처=삼성
이재용 부회장/출처=삼성

“이재용 감형 핑계 아니냐”...우려의 목소리도

이같은 삼성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에 대한 감형의 핑계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준법감시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지형 위원장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김 위원의 임명이 과연 적정한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에서 주심으로 참여해 무죄를 선고한 장본인이다.

삼성 에버랜드 사건은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였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조준웅 삼성 특검 또한 당시 삼성 에버랜드 사건 무죄 판결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은 23년여에 걸쳐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삼성 에버랜드 사건이 시작점이고, 현재 이재용 재판의 핵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종결점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시작과 끝에 김지형이라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 사람이 준법감시위의 수장을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논리적, 정서적, 법리적으로 게다가 정치적으로도 무척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또 “준법감시위가 이재용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감형 조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며 “대법원은 2심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과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고, 이재용이 87억원 상당의 뇌물을 대통령 요구에 편승해 적극 건넸다고 봤다. 특검은 양형 기준에 따라 최소 10년8개월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러한 상황인데 만약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설치했다고 해서 이것을 핑계로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을 감형해주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면서 “ 감시기관을 만들어 범죄의 재발을 막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가 용서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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