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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누명에 성범죄까지, 잇따른 카카오 계열사 상장에 ‘먹구름’
도둑 누명에 성범죄까지, 잇따른 카카오 계열사 상장에 ‘먹구름’
  • 전완수 기자
  • 승인 2020.02.21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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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착한 기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9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계열사들의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앱) 대리기사들의 일탈이 연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상장 흥행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음주 후 안전한 귀가를 위해 이용하는 카카오 대리기사의 횡포로 인해 소비자들이 카카오 대리기사를 이용해야 할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여성 승객 대상으로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손님을 도둑으로 몰아가는 등 갑질이 끊이지 않으면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둑으로 몰린 남편

21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싸이트 보배드림에서는 카카오 대리기사의 갑질 내용이 개재됐다. 글의 제목은 “카카오대리 이용하다 도둑으로 몰리고 있어요...도와주세요”이다.

출처=보배드림 싸이트 게시글 캡처
출처=보배드림 싸이트 게시글 캡처

해당 내용은 남편인 A씨가 카카오 대리를 이용해 집으로 귀가했는데 대리기사가 A씨 차에 보조배터리를 두고 내렸다.

다음날 카카오대리 콜센터는 A씨에게 대리기사가 A씨 차에 보조배터리를 놓고 간 것 같다고 알려왔고 A씨가 차량 내부를 살펴본 결과 보조배터를 발견했다.

하지만 A씨는 대리기사에게 전화를 하는 것을 깜빡했고 일주일이 지난 후 카카오대리 콜센터러로부터 다시 연락이 와 보조배터리를 찾아가라는 내용을 문자를 대리기사에게 보내는 등 연락을 취했지만 대리기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대리기사와 연락이 닿았지만 황당한 사건은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대리기사는 더 이상 자신에게 보조배터리는 필요 없으며 A씨를 경찰에 ‘점유 이탈물 횡령’ 죄로 고소했으니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를 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게시자는 남편이 대리기사에게 연락을 일주일 동안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보조배터리를 절도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대리기사의 처사는 너무하다고 글을 통해 호소했다.

게시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전화를 많이하고 다수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순간 깜빡하고, 일주일이 지난 것 같다. 그 점은 대리기사에게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남편을 도둑으로 내모는 것은 너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안한 여성들, 카카오 대리 이용할 수 있나

카카오 대리기사의 횡포 논란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대리기사가 성희롱 및 성폭행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술 취한 여성 승객의 음성을 몰래 녹음해 단톡방에 올린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단톡방은 70여명의 대리기사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결국 해당 단톡방에서는 해당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대화들이 오가는 등 민망한 상황이 전개됐다.

이 외에도 카카오 대리기사가 여성 승객 대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지는 등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T 앱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걱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카카오 측이 대리기사를 상대로 강력한 제재 조치 등을 단행해야 이용자들의 걱정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리기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대리기사 개인의 일탈행위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카카오 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T 앱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대리기사 관리를 위한 종합 대책 메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출처=시사브리핑DB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출처=시사브리핑DB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 원해

최근 들어서는 착한 기업들이 실적도 좋아지고 있고, 기업의 연속성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추세에 발을 맞춰가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착한 기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정관에 반영했다.

SK그룹 측은 “최태원 회장은 임원들에게 옛날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한다”며 “소비자와 사회가 반사회적인 기업에 등을 돌리는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사회적 가치가 최우선 돼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도 50년 만에 경영 철학을 ‘제철보국’에서 ‘기업시민’으로 바꾸고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업시민은 이윤 추구에 매몰된 전통적 의미의 기업에서 벗어나 공익 증진과 책임의식을 내면화한 기업을 의미한다.

포스코 측은 “경영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다”며 “일방향적 측면에서 기업의 역할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가치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료 이메일 제공 기업에서 92개 계열사 보유한 거대 공룡으로

카카오는 지난 1995년 ‘다음’이라는 사명으로 무료 이메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수십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는 총 92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계열사가 가장 많은 기업은 SK그룹으로 총 121개를 보유 중이다.

출처=카카오뱅크
출처=카카오뱅크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신규 사업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 상장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들의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카카오 계열사 중 연내 상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카카오페이지는 이미 지난해 4월 IPO(기업공개)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공동으로 선정하고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인 상황이다.

또한 카카오게임즈도 연내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 상장을 위한 모든 채비를 마친 카카오게임즈는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며 몸값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상장 역시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째를 맞은 2018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상장 계획을 밝혔다. IPO로 덩치를 키워 혁신을 가속할 토대를 다진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이 외에도 증권업에 진출한 카카오페이, ‘콘텐츠 전문가’ 김성수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M, 택시와 대리운전을 위한 앱 카카오T의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상장 가능성이 높은 카카오 계열사로 꼽힌다.

잇따른 계열사 상장에 ‘먹구름’ 드리우나

세상의 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 2017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구치소에 면회온 자신의 변호사의 팔을 비튼 것이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번지면서 우리나라를 한동안 떠들썩 하게 했다.

또한 이화여대 학생들이 한 학생의 성적을 문제삼아 집회를 열었던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확대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두 사건 모두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인 ‘나비효과’의 전형을 보여준다.

잇따른 계열사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같은 ‘나비효과’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만하다는 게 IB 업계의 중론이다.

카카오T 대리기사들의 연이은 일탈행위들이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면서 상장 흥행 실패 또는 상장 실패로 갈 수 있음을 견지해 할 시점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과 달리 선진국 투자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이나 사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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