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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아시아나 인수전...다시 떠오르는 대우조선해양 악몽
오리무중 아시아나 인수전...다시 떠오르는 대우조선해양 악몽
  • 전완수 기자
  • 승인 2020.06.27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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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시아나항공
출처=아시아나항공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었고, 계약완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인수 주체인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지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최악의 경우 법정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9년 간의 법정 소송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돌려받은 바 있어, 이같은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회동이 지난 25일 밤 전격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 채권단의 재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이 회동에서 양 측 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계약서상 예정된 딜클로징(인수계약완료)은 27일이다.

하지만 두 수장의 회동 결과가 재협상의 향배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당초 계획했던 상반기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양 측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 채권단의 재협상이 이번달 내에 극적으로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지배적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 측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서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먼저 협상을 깨버리면 책임이 그 주체에게 몰린다. 때문에 서로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조건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만큼 재협상 테이블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이 논의될 전망이다.

양 측은 차입금 만기 연장, 영구채 5000억원 출자전환 등 다양한 조건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현대산업개발의 재협상 요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의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만큼 인수 주체 측 입장에서는 인수하는 거 자체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인수 이후 모기업이 되는 현대산업개발의 재무상황까지 악화될 수 있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보면 10여년 전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9년 간의 법정 소송 끝에 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 315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951억원을 환급받은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M&A 절차에서 소송까지 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서 계약서에 반영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지는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M&A 관련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송이 길어지게 되면 피인수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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