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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집행정지된 이중근號 부영그룹, 땅 기부는 선(善)이 아니었나
구속집행정지된 이중근號 부영그룹, 땅 기부는 선(善)이 아니었나
  • 서재호 기자
  • 승인 2020.07.2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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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시사브리핑 서재호 기자]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이 한전공대 부지로 무상 기부채납 후 빛가람(나주)혁신도시 내 부영CC(골프장) 잔여지에 추진하려는 대규모 아파트 신축사업이 나주시의회의 문턱에서 일단 걸렸다.

부영그룹은 지난달 28일 학교법인 한전공대에 부영CC 전체 부지(75만3586㎡)의 53%에 해당하는 40만㎡를 캠퍼스 부지로 무상 기부했다.

문제는 남은 잔여지 35만3586㎡에 28층 아파트 5328가구 신축을 추진을 하면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은 물론 나주시의회에서도 부영그룹이 주택사업 특혜를 전제로 꼼수 기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골프장 부지의 한전공대 기부채납, 하지만 봉이 김선달 수법

부영은 골프장 부지 절반을 한전공대 설립 부지로 내놓았다. 그러면서 골프장 잔여지와 맏닿은 대규모 부지를 사들였다.

골프장 잔여지에 수천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부영 그룹이 대학 부지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다. 2019년 1월 28일 서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한전공대 범정부 지원위원회’ 본회의에서 나주 부영CC를 한전공대 입지로 최종 발표했다.

당시 후보지는 광주 북구 첨단산단 3지구, 남구 에너지밸리산단, 승촌보 일대 등 광주 3곳과 나주 부영CC, 도 농업기술원, 산림자원연구소 등 나주 3곳 등 총 6곳이었다.

그리고 나주 부영CC로 최종 선택된 것이다. 그런데 입지 발표 직전 부영그룹은 골프장과 맞닿은 전남개발공사의 장기 미분양 땅을 매입한 것이 최근 알려졌다.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출처=전남도청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출처=전남도청

골프장의 절반(40만㎡)가량을 기증한 부영그룹은 입지 발표 열흘 전쯤 혁신도시 내 문화시설(3만4천782㎡)을 그룹 주력사인 부영주택 이름으로 223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했다.

해당 부지는 전남개발공사가 2013년 분양에 나섰지만 한동안 구매자가 없었다가 한전공대 입지 결정을 앞두고 부영이 매수한 것이다. 이는 부영이 한전공대 부지로 나주 부영CC가 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에서는 한전공대가 들어서지 않는다면 굳이 땅을 살 이유가 없다면서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전공대 부지로 선택되면서 부영주택은 골프장 잔여지(35만3천여㎡)에 5천3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나주시와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지가 상승 등 부지 매입 효과는 물론 아파트 분양을 통해 부영은 또 다시 땅 짚고 헤엄치는 상황이 된다.

지역에서는 “그야말로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 팔아 먹은 것보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혜 시비는 계속 이어지고

이같은 소식에 결국 나주시의회가 들고 일어섰다. 박소준 더불어민주당 나주시의회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14일 나주시의회가 긴급현안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나주시의회는 지난 14일 오후 2시 의회 소회의실에서 ‘빛가람 공동혁신도시 부영주택 대단위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나주시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았다.

전체 의원 15명 중 12명이 참석한 현안보고에서는 부영주택이 과도한 개발이익 챙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시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일부 의원들은 부영주택에 나주시가 끌려가고 있다는 질타를 나주시에 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나주시 관계자는 개발이익이 특정 기업에 돌아가지 않고 다수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공공성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의원은 지나 16일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도시관리계획 입안 단계에서 사전협상제도’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 도입 추진 의사를 밝힌 후 본격 검토 단계에 착수했다.

해당 제도는 경기도 성남시가 유휴 부지르 개발하려는 민간 사업제안자와의 사전 협상을 통해 도시계획변경 입안을 결정하기 위해 올해 7월 1일 가장 먼저 도입해 시행 중에 있다.

도시계획 변경으로 발생하는 개발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체납 등 공공기여 방식으로 환수함으로써 공공성과 사업 타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옥중 경영을 하고 있는 부영 이중근 회장./출처=부영그룹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구속이 지난달 30일 구속집행정지됐다./출처=부영그룹

특혜 시비 해소 위해 공공성 담보 필요

결국 핵심은 부영주택이 빛가람(나주)혁신도시의 한전공대 부지 기부채납을 통해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했다는 것에 나주시의 특혜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특혜 시비 해소를 위해 공공성을 얼마나 담보하느냐에 있다.

박 의원은 “공공성 기여 확대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골프장 부지는 당시 3.3㎡(평)당 매입 가격이 19만7000여원이었지만 현재 감정가 시세는 이보다 3.4배 높은 66만6000여원에 달한데다 부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신축할 경우 이익은 수천억원 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부영의 공정자산 규모는 23조2840억원으로 10년 만에 14조1230억원 증가했다.

또한 재계 순위는 2009년 24위였지만 지난해 17위로 7계단 상승했다. 계열사는 15곳에서 23곳으로 외형은 커졌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사업 부진으로 이익은 축소됐다. 지난해 말 부영의 매출액은 10년 전에 비해 3.5% 늘어난 1조3688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1946억 원)과 순이익(-2522억 원)은 모두 적자전환 했다.

부영주택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수익을 올리면서 몸집을 키웠지만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임대사업에 뛰어들면서 입지는 좁아졌다. 경기 부진으로 임차 수요도 줄어들면서 부영은 위기에 봉착된 상태다.

여기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레저·관광 사업도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영그룹은 갈 곳을 잃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빛가람(나주)혁신도시 한전공대 부지의 골프장 잔여지에 아파트를 건설한다면 부영은 또 다른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평가다.

다만 특혜 시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나주시의회가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앞으로 부영그룹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듯이 한전공대 부지 골프장 잔여지의 아파트 건설을 통해 부영그룹이 도약을 할지 특혜 시비로 좌절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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