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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이 그리웠던 MBC 김재철 사장
군사정권 시절이 그리웠던 MBC 김재철 사장
  • 이흥섭 기자
  • 승인 2010.08.1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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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공영방송을 집어삼키는 암흑의 밤이었다"
▲ MBC-PD수첩 사전시사에 항의하는 MBC제작진(사진:MBC노조)
17일 오후 방영 예정이던 MBC-PD수첩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서울 남부지법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결국 MBC김재철 사장이 ‘사전시사’를 요구해 방송을 하지 못하고 ‘VJ특급,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필러물로 대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노조는 물론 일부 시민들은 이날밤 늦은 시간 MBC정문 앞에서 결방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갖고 김 사장을 비난 하는 등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MBC-PD수첩은 당초 MB정권의 아킬레스건인 ‘4대강’을 두고 정권 핵심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심층 취재해 방영하기로 했으나 김재철 사장이 사전시사를 요구해 이를 거부하자 방송 3시간 전인 오후 8시 30분께 ‘방송보류’시켜 버렸고, 결국 PD수첩을 방송하지 못했다.

MBC-PD수첩팀과 노동조합은 이날 방송불발과 관련, “사장선임 직후 ‘정권과 방문진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던 김 사장의 호언장담은 PD수첩 불방이라는 충격적인 사태와 함께 ‘공허한 말장난’임이 입증된 것으로 김 사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노조측은 “MBC가 자랑스레 지켜오던 공정방송 조항과 국장책임제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지는 순간이었고 20년 전 있었던 <PD수첩> 불방의 유령이 되살아나 공영방송을 집어삼키는 암흑의 밤이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이번 MBC-PD수첩과 관련, MBC-PD수첩의 방송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면서 국토해양부가 17일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가처분‘을 내고 방송을 막으려 했으나 남부지법은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심의평가부가 대본심의 과정에서 지적한 몇 가지 의견을 제작진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결국 경영진의 사전시사를 요구해 방송을 내보내지 못했다.

MBC-PD수첩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지난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구상을 만들기 위한 TF팀이 조직됐으며 이 팀에는 청와대 관계자 2명을 비롯, 국토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돼 있었다"는 내용을 다룰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MBC-PD수첩팀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민감한 소재라는 이유로 전례 없는 ‘사전시사’를 요구했고, 제작진과 담당부장은 ‘사전시사’가 ‘사전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방송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음을 들어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MBC-PD수첩과 노조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PD수첩>폐지와 진상규명위 설치 등 민감한 쟁점을 뒤로 미루면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던 김 사장이 정권의 핵심적 이해가 얽힌 ‘4대강’ 앞에서 ‘방패막이’를 자청하며 참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외부의 분석으로 전례 없는 ‘사전시사’ 요구는 결국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한 명백한 ‘사전검열’ 시도이며, 그로 인한 <PD수첩> 불방은 제작의 자율성과 방송의 독립성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MBC 경영진과의 마찰이 재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와 관련 비대위는 17일 밤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PD수첩> 불방 사태는 언론사의 핵심 기능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김재철 사장과 현 경영진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도발로 규정하면서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방송을 사전 검열하려 한다. MBC를 김재철 자신의 사유물처럼 여기고, 그렇게 해서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가”라고 비난하고, “이런 식이라면 김재철 사장은 MBC에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불방된 PD수첩을 빠른 시일 안에 방송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농성을 10층 사장실 앞에서 벌이는 한편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긴급 공정방송협의회를 사측에 요구하기로 결정하고, 오늘 오전 긴급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강도 높은 물리적 대응을 포함한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방송 예정이던 MBC-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사전시사 요구로 결방되자 시청자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치고 일부 시청자들은 이날 밤 MBC정문 앞에서 “MB정권의 방송장악음모가 속속드러나고 있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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