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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SPC그룹 철퇴, 업계는 오히려 '갸우뚱’
공정위의 SPC그룹 철퇴, 업계는 오히려 '갸우뚱’
  • 이순호 기자
  • 승인 2020.07.3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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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PC그룹
출처=SPC그룹

[시사브리핑 이순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9일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삼립 등을 거느린 SPC그룹에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부당 지원 혐의로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창업자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은 검찰에 고발했다. 특정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방법으로 SPC그룹의 2세 승계를 도왔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공정위 논리와 사건 심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발표와 SPC그룹의 반박, 관련업계의 입장 등을 나눠서 인터뷰 형식으로 서술해 보고자 한다.

SPC가 부당한 통행료를 걷었다

공정위 : SPC가 부당한 통행료를 걷었다. SPC그룹은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이 계열회사들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허 회장의 2세들(허진수, 허희수)의 파리크라상(비상장) 지분은 32.9%,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은 22.9% 소유하고 있다. 그 근거로 공정위는 입수한 내부 자료가 있다.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에 대한 2세들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SPC 삼립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렸어야 했다.

SPC그룹 : SPC삼립은 2세 지분율이 22.9%에 불과하지만,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은 30%가 넘어 굳이 파리크라상이 주가 부양 목적으로 SPC삼립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부연하면, 2세가 경영 승계를 하기 위해서는 SPC삼립보다는 파리크라상을 통해 하는 것이 나은데 파리크라상이 SPC삼립을 지원하는 것은 2세들이 손해보는 구조이다.

즉, SPC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결코 경영권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

관련업계 : SPC삼립의 주식이 오른다고 허 회장의 2세들이 파리크라상 지분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은 SPC삼립의 지분도 40% 보유 중이다. 이는 SPC삼립의 주가가 상승하면 파리크라상의 지분 가치도 높아지는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세금 등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SPC삼립의 주가가 낮은 것이 승계에 유리하다. 공정위가 제시한 내부자료는 지주사 전환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2세 승계와 무관하다. 또한 현재까지 2세 승계에 대한 계획은 들어보지 못했다.

첫 번째 근거는 2011년 샤니 인수다

공정위 : SPC그룹이 부당한 통행료 걷었다는 첫 번째 근거는 지난 2011년 진행한 샤니 인수다.

인수 과정에서 샤니의 영업망과 브랜드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SPC삼립이 가져가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 샤니의 상표권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인수 이후 8년간 13억원의 이득을 취했다.

SPC그룹 :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다.

관련업계 : 샤니의 브랜드 및 영업망 인수와 관련해서는 이미 수사기관의 판단이 끝난 사항이다.

샤니 소액주주들이 공정위와 똑같은 맥락의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검찰이 지난해 10월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영업망 및 브랜드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인정되는 만큼 정상적인 경영 행위”라고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출처=공정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출처=공정위

두 번째 근거는 통행세 거래다

공정위 : SPC그룹이 부당한 통행료를 걷었다는 두 번째 근거는 통행세 거래다.

SPC그룹은 밀가루를 생산하는 밀다원, 액란을 공급하는 에그팜, 육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그릭슈바인 등 생산계열사가 한쪽에, 제과와 음료를 판매하는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던킨도너츠) 등이 다른 한쪽에 있고 중심에 SPC삼립이 자리잡은 구조다.

중심에 자리잡은 SPC삼립이 별도의 역할 없이 생산계열사에서 제빵 계열사로 넘어가는 각종 원재료를 중계하며 통행세를 걷었다. 210개 원재료를 넘기며 제품 공급가의 평균 9%를 통행세로 받았다.

SPC삼립이 과도한 통행세를 걷으며 그에 따른 비용부담을 빵 등 완제품에 전가, 빵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SPC그룹 :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다.

공정위 주장대로 전혀 대가를 받지 않는다면 자체가 상장사인 SPC삼립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임 행위이다. 상장사의 인력과 자원을 들여 비상장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것 아닌가.

공정위가 언급한 SPC그룹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밀다원의 설립 배경을 예를 들어보자. 공정위가 언급한 것처럼 국내 밀가루 시장은 이미 몇 개 기업들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이다.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갑자기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SPC그룹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원활한 원재료 공급을 통한 제품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밀다원 설립이었다.

관련업계 : 밀다원 등 생산계열사들은 생산설비만 갖고 있는 말그대로 공장이나 목장이다. 물류와 연구개발,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이 전무하다.

이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SPC삼립으로 여기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수많은 주주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공정위가 통행세 요율로 9%를 책정한 점도 ‘밀가루 질’ 차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종류의 밀가루를 기준으로 책정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콕 집은 밀가루와 계란 등은 이미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원재료다. 이는 공정위도 지난 2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밀가루의 경우 공정위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분업체는 총 9개사로,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약 70% 수준에 이르며, 이번 건 관련 밀다원(現 삼립 세종센터)의 시장점유율은 9.7%에 불과하다.

너무 무리한 공정위 결론

관련업계 : 이번 SPC그룹과 관련 공정위의 판단은 지나치게 무리하다는 결론을 내고 싶다.

공정위는 자신들이 배포한 보도자료의 결론을 통해 “SPC그룹의 시장점유율이 2010년 34.2%에서 2012년 73%까지 높아지며 공정거래 조건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을 시장경제원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SPC그룹의 판단과 전략은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영상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방증이다. 특히, 상장사인 SPC삼립의 수많은 주주들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또한 공정위 주장을 전부 인정한더라도 SPC삼립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한 주요 원인은 지난 2011년 샤니 인수를 통해서다.

때문에 저가 인수만 문제 삼은 공정위가 결론 부분에서는 샤니 인수 자체가 문제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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