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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은 해양 독립기념일...소파블록도 ‘일제(日製) 안녕~’
8월 7일은 해양 독립기념일...소파블록도 ‘일제(日製) 안녕~’
  • 전완수 기자
  • 승인 2020.08.12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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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바라본 현포항 전경./출처=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바다에서 바라본 현포항 전경./출처=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8월 7일은 해양건설업계에서는 ‘독립기념일’로 불린다. 이유는 소파블록 기술이 일본특허에서 벗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소파블록은 태풍이나 강한 파도 등 해안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조물로, 일명 삼발이로 불리는 테트라포드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소파블록 기술은 일본이 점령해왔다. 해양수산부가 국내 기술 보유 업체들을 배제한 채 일부 특정 업체의 기술을 주로 택해, 결과적으로 일본 특허에 편중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었다.

그런데 지난 7일 국내 기술의 소파블록이 선정되면서 ‘소파블록’에도 기술독립선언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술 적용된 소파블록 채택

12일 해양수산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상북도 울릉군 현포리 현포항 일대 동해권 방파제 안전성보강 실시설계에서 국내 기술이 적용된 소파블록을 발탁했다.

지난 7일 해양수산부 기술안전과에서 시행된 특정공법 심의회의결과가 6 : 0 : 3의 점수로 국산제품인 헥사콘이 6, 허그블록이 0, 일본제품인 테트라네오가 3인의 체택을 받아 심의위원 과반수이상의 선택을 받은 국산 제품이 선정됐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국산 기술이 적용된 소파블록을 선호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산 기술이  시공실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해수부 측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산 기술을 그동안 외면하면서 국산기술이 적용될 틈이 보이지 않았고, 그것은 악순환이 되면서 일본기술을 선호했다.

그런데 이날 특정공법 심의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국산 기술이 적용된 소파블록을 채택한 것이다.

해수부에서는 연간 수십건에 달하는 대형 소파블록 선정을 위한 특정공법 심의회의를 여는데, 해수부가 그동안 일본 기술을 적용한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 충분했다.

그런데 이번 심의회의를 통해 이제 국산 기술로 이뤄진 소파블록이 우리의 해안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외면 받은 국산 소파블록, 환대 받은 일본 소파블록

국산 소파블록이 외면 받은 이유는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라지만 업계에서는 발주처인 해수부가 국산 소파블록을 외면하는데 ‘실적’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6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되는 울릉공항 건설 최종 우선협상자가 대림산업으로 선정되면서 대림산업이 선택한 일본 소파블록이 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라남도 완도 청산도항 부두 공사의 경우 소파블록에 일본 특허 공법인 시락(Sealock)을 설계에 반영됐다.

이처럼 우리의 해안 곳곳에서 일본 소파블록이 적용되고 우리 기술은 철저하게 외면 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이번 특정공법 심의회의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현포항에서 바라본 코끼리바위./출처=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현포항에서 바라본 송곳바위./출처=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기술독립 외쳤지만 해수부는 외면

그동안 국산 기술이 적용된 소파블록을 채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지만 해수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오로지 일본 기술이 접목된 소파블록을 선호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특정업체 몰아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 해수부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것은 기술독립인 셈이다. 우리의 바다를 우리의 기술로 이뤄진 소파블록이 지키게 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바람이 불었고, 이는 소비재 불매운동을 넘어 기술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우리의 바다를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소파블록도 기술독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수부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번 심의회의를 통해 기술독립을 이뤄내면서 이제 우리의 바다는 우리의 기술이 지키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소파블록 선정은 특정공법 심의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참석하게 되는 심의위원들은 해수부가 보유한 신기술 활용 심의위원 498명 가운데 회의가 열릴 때 마다 랜덤으로 9명 가량을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심의위원을 랜덤으로 선정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인물들은 사전에 미리 제외한다. 또한 소파블록 기술이 국산이냐 일본산이냐 등 국적은 따지지 않고 순수한 기술력으로만 판단해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술발전의 시발점

그동안 우수한 품질의 제품임에도 일본제품의 영업력에 밀려 정부로부터 외면 당해 왔던 국산 대형 소파블록이 처음으로 해양수산부 발주공사인 울릉도에 채택돼 그 의의가 자못 크다 할 수 있다.

울릉도에 일본산제품이 아닌 국산제품의 적용은 향후 국산제품 사용과 국내기술발전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는 독도와 더불어 우리의 소중한 영토인데 울릉도에 일본 소파블록이 적용된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에 용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 해안에서 이제 국산 소파블록을 접할 기회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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