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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시공 ‘가거도항 방파제’, 또 ‘와르르’
삼성물산 시공 ‘가거도항 방파제’, 또 ‘와르르’
  • 전완수 기자
  • 승인 2020.08.2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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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해상을 관통한 태풍 '바비'로 신안 가거도 방파제 200m가 무너져 목포해경이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가거도 방파제 피해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4번째다./출처=뉴스1
26일 오후 서해상을 관통한 태풍 '바비'로 신안 가거도 방파제 200m가 무너져 목포해경이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가거도 방파제 피해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4번째다./출처=뉴스1

[시사브리핑 전완수 기자] 어떤 태풍이 오더라도 끄떡 없는 방파제를 만들겠다는 해양수산부의 야심과 삼성물산의 기술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무너졌다.

강풍을 동반한 역대급 태풍 ‘바비’가 지나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항 방파제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상황이다.

가거도는 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사이 제8호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 그러면서 강풍에 높이 20m가 넘는 파도가 방파제를 덮쳤고, 방파제 480m 가운데 300m가 유실 또는 파손된 것으로 지역 주민들은 파악하고 있다.

가거도 방파제 공사는 발주처 해양수산부, 설계 및 감리 혜인이엔씨, 시공 삼성물산의 합작품으로 공사 초기부터 수많은 의혹 속에 사업이 시작됐으며, 최근에는 관련자들이 구속 또는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이다.

의견 무시하고 고집하던 케이슨 공법

이번 피해에서 가장 큰 고민은 높이 30m에 육박한 30억원짜리 대형 구조물 케이슨(16번) 밑 골재가 빠지면서 옆으로 이탈한 상태다. 문제는 케이슨 공법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었다는 점이다.

26일 오후 서해상을 관통한 태풍 '바비'로 신안 가거도 방파제 200m가 무너져 목포해경이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가거도 방파제 피해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4번째다./출처=뉴스1
26일 오후 서해상을 관통한 태풍 '바비'로 신안 가거도 방파제 200m가 무너져 목포해경이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가거도 방파제 피해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4번째다./출처=뉴스1

가거도항 공사는 지난 2012년 12월 해양수산부 산하 목포지방해양수산청(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이 ‘가거도항 태풍 피해 복구공사’란 명칭으로 조달청을 통해 발주(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 공사)했고, 삼성물산이 1800억원대 공사를 66% 수준인 1189억원대로 제시해서 수주를 했다.

해양수산부는 공사 시행 전 설계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관동대학교(지도교수 김규환)에 의뢰해 시행한 수리모형실험 결과, 안정성 측면에서 사석경사제 공법은 100년 이상 보장되는 시공방법이고, 케이슨 공법은 50년이 보장되나 해양수산부는 케이슨 공법을 선택해 시공하게 됐다.

가거도항은 먼바다에 위치한 섬이고 파도가 거세기에 케이슨 공법이 맞지 않고 파도가 높은 곳은 케이슨 공법보다 사석경사제 공법이 적합하다고 주장이 당시 제기되기도 했다.

케이슨 공법은 수중이나 연약지반에 큰 구조물을 세울 경우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통 또는 상자 상의 구조물을 만들어 땅 속에 묻어 기초로 하는 공법인데 파도가 거셀 경우 침식이 되면서 구조물이 자칫하면 무너질 위험이 있다.

반면 사석경사제 공법은 경사진 면에 돌이나 테트라포드 혹은 흙 등을 쌓아 만드는 방법으로 연약한 해양 지반에서도 사용이 용이하며 시공이나 보수가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경사진 특징 때문에 거센 파도가 쳤을 경우에도 다시 되돌아 치는 반사파가 적으면서 돌이나 소파블록 혹은 흙의 손실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에는 케이슨 공법보다는 사석경사제 공법이 유리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었다.

삼성물산이 착공 전 해수부에 ‘설계도서 사전검토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케이슨 공법보다 사석경사제가 적합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다.

이후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성물산도 케이슨 공법을 적용하자는 해양수산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해양수산부, 설계사인 혜인이엔씨가 모종의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해경은 지난 25일 가거도 방파제 공사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혜인이엔씨의 임직원들과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사기 등 혐의를 받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부풀려 국가 예산 약 10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설계를 바꿔 견적을 부풀린 것으로 의심을 받는 감리단장을 맡았던 혜인이엔씨의 한 직원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구속송치됐다. 당시 해양수산부 공무원들 일부도 행정법규를 위반해 함께 송치됐다.

제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하고 있는 26일 오후 국토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방파제를 넘은 바닷물이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다./출처=뉴스1
제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하고 있는 26일 오후 국토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방파제를 넘은 바닷물이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다./출처=뉴스1

케이슨 공법 끝내 골칫덩어리로

해양수산부는 이처럼 케이슨 공법을 고수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풍의 피해를 입으면서 케이슨 공법이 가거도항 방파제로 맞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상륙하면서 가거도항 방파제가 훼손됐다. 그런데 올해 태풍 바비로 인해 또 다시 훼손된 것이다.

이는 케이슨 공법이 가거도항에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당초부터 케이슨 공법을 고수한 해양수산부와 설계업체 혜인이엔씨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올해 태풍이 ‘바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0월말까지 한반도로 향할 태풍이 최소 4개 이상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태풍 ‘바비’ 혹은 지난해 태풍 ‘링링’급 태풍이 또 다시 가거도항에 불어닥친다면 케이슨공법의 가거도항 방파제는 또 다시 유실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가 어떤 태풍이 와도 끄떡없는 방파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 꿈은 여지 없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가거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번 태풍 바비는 지난해에 올라왔던 링링보다 약한 태풍인 것 같은데 또 케이슨이 무너져 안타깝고 우리 섬을 태풍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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