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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PC·대림·미래에셋 고무줄 잣대, 결국 정치권 철퇴 결정
공정위 SPC·대림·미래에셋 고무줄 잣대, 결국 정치권 철퇴 결정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0.09.03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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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시사브리핑 전숭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에 대한 고무줄 잣대 논란이 결국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됐다. 그동안 공정위가 비슷한 사건에 대한 처벌 기준을 달리한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나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을 고발한 반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고발하지 않는 등 비슷한 사건의 내용이지만 그 처벌 기준을 달리했다.

이에 공정위가 선택적 고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SPC그룹과 대림그룹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랐다. SPC는 계열사가 생산한 밀가루·계란 등 빵 원재료를 총수일가 회사인 ‘SPC삼립’을 통해 거래하도록 해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줬다면서 법인 이외에 허영인 회장,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 경영진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반면 공정위는 미래에셋 계열사들과 블루마운틴CC 골프장·포시즌스호텔 간 무조건적인 거래 행위를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의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박 회장이 사업 초기에는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의 영업 방향, 수익 상황 등을 언급했지만, 직접적으로 사용을 지시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면서 미래에셋에 총 43억9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박 회장에 대해 고발하지 않았다.

2년새 패소율 2배 이상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는 공정위가 몸집이 큰 기업의 총수는 미꾸라지처럼 뒤로 빠지게 해주고, 몸집이 작은 기업의 총수들만 엮어서 검찰에 고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와 전속고발권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는 이런 형평성 논란 속에서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무리한 기소 논란까지 겹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영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송대리인을 통한 과징금 처분 불복 행정소송의 패소율이 2018년 8%, 2019년 10.7%, 2020년(~8월) 20%로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공정위가 소송대리인에게 지급한 수임료는 지난 3년간 2018년 26억 5500만원, 2019년 30억 2200만원, 2020년(~8월) 12억 6400만원으로 총 69억 4100만원에 육박한다.

즉,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 등에 대해 과잉처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시 말하면 공정위는 외부 소송대리인에게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과징금 환급 소송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패소율은 높아, 공정위가 증거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과잉 처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더욱이 행정소송 패소로 인해 환급액이 과징금보다 큰 것이 문제가 됐다.

최근 5년간 공정위가 담합,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부과한 과징금은 3조534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행정소송 패소나 직권 취소 등을 이유로 돌려준 환급액은 9869억원에 달한다.

특히, 2019년에는 환급금 (2,515억 원)이 과징금(1,942억 원)보다 오히려 573억 원이 많았다.

이영 의원은 “공정위가 증거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지나친 과징금 처분을 내려 행정력과 소송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피조사자 기본권도 보장 안돼

또한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조사 받는 당사자, 이해관계인 또는 참고인의 부당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방지 법안까지 발의가 됐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조사공무원의 조사 범위를 ‘최소한의 범위’로 추상적으로 규정하여 어떤 경우에 조사권이 남용되는 것인지, 조사공무원과 조사를 받는 당사자 모두에게 판단하기 모호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진술거부권’이 명시돼 있지만 공정위에서는 진술거부권조차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서 공정위가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한 조사 과정에서 조사를 받는 당사자가 조사 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조사 거부에 해당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사실상 피조사자의 기본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용판 의원은 “공정위는 강력한 침익적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조사 과정에서 조사를 받는 당사자, 이해관계인 또는 참고인의 기본적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피조사인의 권리에 비해 공정위의 권한이 막강해 직권 남용 소지가 다분”하다며 “공정위의 공정하고 정당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조사인의 권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3심제 보장해야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의 처분에 대한 3심제 보장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불복의 소를 서울고등법원(항소심, 2심)에 제기하도록 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사실상 1심 판결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기관과 심판기관의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문제점이 있고, 대법원의 경우 법률심만을 담당하여 사실 심리는 서울고법에서 한 번만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개정안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3심제를 공정위 처분을 받는 피심자들에게도 공정하게 보장한다는 취지다.

황희 의원은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한 피심자의 발언 기회가 충분하지 않아 심도 있는 심의가 어려울 뿐 아니라 피심자 입장에서는 추가 불이익을 우려해 전원회의에서 적극적인 이의제기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대한 불복의 소를 서울행정법원 및 대전지방법원 (1심 법원)에 제기하도록 변경해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도 3심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피심인의 재판받을 권리가 공정하게 보장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 제출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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