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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서달’ 사건, 신한은행 금수저 생환 사건
현대판 ‘서달’ 사건, 신한은행 금수저 생환 사건
  • 서재호 기자
  • 승인 2020.09.14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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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출처=신한금융지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출처=신한금융지주

[시사브리핑 서재호 기자] 조선시대의 태평성대라고 하면 ‘세종대왕’을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명재상 황희 정승을 떠오른다.

흔히 황희 정승은 ‘청백리’의 표상으로 알고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황희 정승은 ‘청백리’와는 멀어보이는 인물이라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평가이다.

이런 황희 정승과 얽힌 사건이 바로 ‘서달’ 사건이다. 서달이 지방 휴양을 가던 중 아전(낮은 공무원) 2명이 인사나 예를 갖추지 않고 지나쳐 간 것을 괘씸하게 여겨 두들겨 패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관리를 때려죽인 사건이니 최고 사형까지 가능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서달의 장인이 바로 황희 정승이었다. 황희 정승은 죽은 아전의 가족과 합의를 했고, 서달은 풀려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관련 사건을 보고 받은 세종대왕은 수상하게 여겨서 재조사를 명했고, 황희 정승은 파면됐고, 맹사성도 파면됐고, 사건을 무마했던 모든 관련자들은 귀양을 가거나 곤장 100대를 받았다. 서달 역시 곤장 100대, 3천리 귀양에 3년 노역치 벌금을 받았다.

서달 사건은 조선 초기 고관 대작들이 국가 최고 권력 이용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고관 대작들이 한꺼번에 법의 철퇴를 맞았던 조선시대는 물론 현재에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었다.

서달은 아전을 죽인 후에도 자신의 이름이 ‘서달’이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혔다. 왜냐하면 그의 뒷배에는 장인 ‘황희 정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금감원 아들인데...

신한은행은 2015년 상반기 신규행원 채용 공고를 그해 4월 15일에 게시했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일반직 행원 120명 채용이고 응시 자격에 연령이나 학력, 전공 제한 등은 없었다.

채용은 서류전형, 실무자 면접, 임원 면접 순이었고, 이 공채에 약 1만1200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이 공채에 금융감독원에서 은행 및 비은행 검사 담당 부원장보인 이모씨의 아들 이XX씨(당시 25세)도 지원했다.

이 부원장보는 이때 당시 조용병 신한은행 행장(2015년 3월~2017년 2월 역임)을 만났다. 이 부원장보는 “제 아들이 신한은행 채용에 지원했다”고 말했고, 조 행장은 아들 이름이 뭐냐고 묻자 이 부원장보는 “이XX”라고 답변했다.

출처=시사브리핑DB
출처=시사브리핑DB

그 이후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신한은행 당시 인사부장에게 피드백을 지시했고, 그러자 신행은행은 지원자 이XX를 ‘특이자’ 명단에 등재하고 별도 관리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특이자 및 임직원 자녀’ 명단 리스트를 파일로 만들어 관리했는데 신한은행 영업 및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사람을 ‘특이자’로, 신한금융지주 부서장 이상 자녀는 ‘임직원’ 자녀로 분류했다.

신한은행 인사팀은 이XX가 누구 자녀인지 모른채 리스트에 넣고 관리를 했고, 서류전형에 통과한 특이자 이XX는 2015년 5월 실무자 면접을 봤다. 면접 위원들은 ‘DD등급’ 점수를 매겼는데 사실상 불합격을 의미한다.

면접위원들은 면접 내내 산만하게 손을 모으고 움직이는 등 집중하지 못한다면서 대고객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XX 탈락 사실이 조 행장에게 보고하면서 조 행장은 짧게 “다음 전형에서 잘 한 번 살펴봐”라는 말을 남겼고, 이에 신한은행 인사팀은 전산시스템에 손을 대서 이XX의 실무자 면접접수를 DD에서 BB로 상향 조작했다. 이로 인해 신입행원 채용에서 최종 합격했다.

1심에서 유죄 확정판결 받았지만 여전히 ‘승승장구’

이 사건은 2018년 금융권 휩쓴 은행 채용비리 논란에서 유일하게 배제됐다. 하지만 2018년 4월 김기식 당시 금감원장이 신한은행 채용비리 관련 재조사를 지시했고, 금감원은 총 12건의 특혜 채용 정황을 발견했고, 금감원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검찰에 이첩했다.

이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수사를 했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조 전 행장은 올해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이XX는 여전히 신한은행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31조에 따르면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은행은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조 전 행장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XX의 아버지 이씨는 2016년 금감원을 퇴사하고 은행 전담 고용알선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대왕은 관련자 처벌했지만...

앞서 서달 사건을 언급한 것처럼 세종대왕은 황희 정승이나 맹사성 등 당대 최고의 재상도 파직을 시켰다. 물론 훗날 다시 기용하기는 했지만 고위 관료의 비리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처벌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세종대왕 시대보다 못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채용 비리를 저질렀지만 해당 관련자는 어떠한 처벌을 받지도 않고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채용비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은행을 물론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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