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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홈쇼핑에서 ‘북한산 옷’ 2만7000벌 팔려...‘중소기업유통센터’ 지원 논란
국내 홈쇼핑에서 ‘북한산 옷’ 2만7000벌 팔려...‘중소기업유통센터’ 지원 논란
  • 이순호 기자
  • 승인 2020.10.1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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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출처=중소기업유통센터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출처=중소기업유통센터

[시사브리핑 이순호 기자] 국내 한 홈쇼핑에서 북한산 옷이 2만7000벌 판매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해당 제품의 유통·판매 과정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진석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는 2017~2019년 사이에 국내 중소기업 A사에 생산 자금 등의 목적으로 17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의 제품 생산·유통을 위해 ‘선급금’ 형태로 자금을 댄 것이다.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은 A사는 2018년 중국 장쑤성 장인(江陰)시에 있는 B업체와 제품 생산 계약을 맺었고,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C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았다.

문제는 재하도급을 받은 C업체가 북한 평양의 봉제공장에 발주를 했다는 데 있다. 이는 북한산 섬유 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평양 봉제공장에서 만든 항공점퍼 최소 2만7000여 벌은 밀수로 단둥으로 보내졌고, 단둥에서 중국산으로 둔갑해 인천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발(發) 항공점퍼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A업체는 17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투자 개념으로 자금을 지원했던 중소기업유통센터 또한 수수료 격으로 1400만원 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이에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해당 홈쇼핑 측은 “항공점퍼가 북한 평양에서 만든 것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홈쇼핑은 방송 직전 작성한 평가보고서에서 단둥시 C업체에 대해 “북한 작업자가 소요(작업)하고 있는 중소형 공장으로 제품 일부는 북한에서 봉제 작업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북한산 제품인 것을 홈쇼핑 측에서 사전 인지했다는 의미다.

봉제업계 종사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북한에서 의류생산 해준다”는 게시물이 수차례 올라오는 등 북한산 제품의 유통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5월 커뮤니티 ‘한국봉제공장’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중국 단둥에서 의류 임가공을 한다”면서 “대량작업은 북한에서 하며 공장규모는 1000명, 가격도 저렴하고 납기도 30일 안에 맞춘다”고 적혀 있다.

평양에서 납품한 제품은 단둥에서 인천항으로 보낸다는 유통과정까지 나와 있는데, 이는 홈쇼핑에서 판매했던 북한산 항공점퍼와 유통경로가 동일하다.

정진석 의원은 “중소기업 제품생산·유통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대북제재를 정면 위반하고도 ‘몰랐다’고 하면 면피가 되느냐”면서 “북한산 제품의 국내유통과정에 대한 전수조사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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