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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서민 정책의 허와 실
친 서민 정책의 허와 실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9.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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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친 서민 정책, 서민의 개념부터 명확히 확정해야. 이 때 비로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친 서민 정책을 입안, 실행할 수 있어.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을 초청해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경직성을 풀기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리의 어색함을 누르려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여러 말을 했다.

그 말들 중 내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법에 대한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표는 코끼리를 냉장고 넣은 방법을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고 했다. 즉 “일단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다음 냉장고 문을 닿으면 된다.”고 했다.

이 말과 함께 박 전 대표는 “이처럼 말은 되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 있다”고까지 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는 이 말을 마치 넌센스 퀴즈처럼 혹은 개그처럼 말을 이어가던 중 나온 말이다. 따라서 이 말에 무게를 싣는 등 새로운 해석을 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다만 이 말이 박근혜 전 대표가 한 말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세상살이 과정 하게 되는 말 들 중, 혹은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 내 놓는 정책들 중 아예 실천 할 수 없는 것들, 혹은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말로만 해서는 아예 못하거나, 안 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우리가 행하는 말들 중 실행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다. 즉 그만큼 말과 행동 혹은 실행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보통 집체만한 코끼리를 산 채로 주방 한 구석에 놓여 있는 작은 냉장고에 집어넣는 일은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말로는 앞서 박근혜 전 대표가 행한 것처럼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일은 정말 쉽다. 즉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다음 냉장고 문을 닫으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일은 끝이 나는 것이다. 이 말만을 보면 코끼리가 정말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의 실상을 안다면 이처럼 허무맹랑한 말이 또 없다.

바로 정부 정책 역시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친 서민 정책의 경우가 그렇다. 말로는 정부가 서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역대 정부들 중 정말 시원하게 친 서민 정책을 실행에 옮진 예를 우리는 별로 경험하지 못했다. 그것은 친 서민 정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정하지 않은 채 정부가 말을 남발한 까닭이다.

친 서민정책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해야 하며, 예산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정책은 친 서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된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정말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는 점이다.
보금자리 주태그이 경우 비록 분양가가 평당 일천만원대로 주변 주택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하더라도, 20평 형 대의 보금자리 주택을 분양받아 그 곳에 거주하려면 최소 1억 원 정도의 현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민이 1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는 이미 서민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확정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서민의 개념, 혹은 서민의 범주를 확정하는 일이다. 절대빈곤 가정의 경우 이미 국가가 최저 생계비를 지원하는 등 보호하고 있는 만큼 그 개념 및 범주가 확정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차 상위 계층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들을 포함하여 서민이라는 국민계층을 확정해야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서민(층)에 대한 개념 규정 없이 그 저 친 서민 정책을 외치면, 그 범주가 막연하여 정부가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없다. 친 서민 정책이라며 내어놓은 정부 정책 중 정작 서민은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앞서 예를 든 보금자리 주택 정책이라든가 미소 금융 혹은 햇살론 등도 그런 정책의 예에 속한다. 따라서 정부는 친 서민 정책을 말하기 전에 서민의 개념을 구체화해야 한다. 물론 햇살론의 경우 저 소득자 혹은 신용자 중 한 쪽에 속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또한 입증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대단히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나는 서민의 개념을 정부가 먼저 확정 할 것을 권고한다.
나로 하여금 그 개념을 확정하라면, 우선 그 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가계(가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다음 그 가계의 재산 정도(단 25.7 평 이하의 주택을 소유한 가계로서 기타 부동산 자산이 1억 원 이하 일 경우)를 규정한 후 해당 가계의 월 소득액을 파악하여, 가계 월 (종합)소득이 일정하지 않으면서 전체 가계의 평균 소득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가계로 한정 할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서민의 개념을 확정한 다음 이들 국민 층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어야 비로소 현 정부가 말하는 친 서민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처럼 말로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지 못할 사람이 별로 없다. 더불어 산채로 코끼리를 실제 가정용 냉장고에 넣을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서민의 개념을 확정하지 않은 정부의 친 서민 정책은 무늬만 친 서민 정책이지, 마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다는 말과 하등 다르지 않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말한 공정한 사회 역시 그 개념을 명확히 확정하지 않으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정책 또한 그저 허수의 정책일 뿐이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의 개념 및 그 적용의 예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처럼 정부 정책은 정책 대상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확정한 다음 그것을 준거로 정책을 입안하고 구체적 실행에 들어가야 비로소 정책이 목적하는 바를 달성 할 수 있다. 이 때 정부 혹은 정부 정책에 대한 대국민 신뢰가 형성되고,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에 대한 신뢰 또한 축적된다. 친 서민 정책의 허와 실, 서민의 개념, 곧 그 범주를 명확히 해야 옳은 서민 정책을 입안하고, 더 나아가 실행과 함께 그 효과를 구할 수 있다.

20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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