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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의 세습, 너무나도 당연한 일
왕조의 세습, 너무나도 당연한 일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9.2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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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조선노동당 제 3차 당대표자회의(44년 만에 열림, 23일 오전 10시)가 열리기 전 날 밤 자정을 갓 넘긴 직후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비롯해 자신의 누이동생 김영희(경공업 부장), 최룡해(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김경옥(당 조직지도부 제 1부부장) 등 4명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전격 부여했다.

뒤이어 진행된 제 3차 북한 조선노동당 당대표자회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재추대 하는 한편, 그의 3남인 김정은을 신설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그 동안 세계의 화두였던 북한 김정일 정권의 후계체제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게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권력세습체제가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근대이전의 왕조체제는 이 같은 권력세습을 당연시해 왔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현재 진행 중인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마치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벌이 3대, 4대에 걸쳐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이어가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대로 우리의 눈에 북한의 권력세습, 그것도 3대에 걸친 권력 세습이 의아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우리식의 눈, 곧 우리 식의 정치체제에 기초해 북한의 정치체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눈에는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이 그 어떤 다른 정치 쇼보다도 더 드라마틱하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의 권력세습은 분명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사실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중대 문제가 발생하면서 북한은 이미 현재의 권력세습체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으며, 작년 6월 이 문제가 대내외에 본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3일 오전 10시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 3차 대표자회의를 무려 44년 만에 개최해 김정일 이후 북한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김정은)를 결정했다. 이로써 그 동안 북한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고 가던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우리 식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면서 북한 체제의 급변사태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즉 우리는 북한체제 역시 당과 군부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본격 권력투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최종 북한 체제가 스스로 붕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기초해 우리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등 다각도로 준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이후 북한처럼 김정일 사후 북한 체제 역시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더욱더 공공해질 공산이 더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정권을 옹호하는 강력한 중국 정부가 북한정권을 지원하는 한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의 급변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정치 군사적 움직임을 한 손 바닥 안에 두고 보는 미국의 정보체계 조차도 북한 내부의 움직임만은 결코 옳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라든가 기타 정치적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앞의 내 말에 큰 편차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로써 이후 우리에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후 북한이 내어 보일 대내외적 정치, 군사적 행동들이다.

한편 그 같은 북한의 대내외적 행동들을 결정할 중요한 요소는 역시 3대 권력세습의 주역인 김정은의 대내외적 정치 군사적 위상을 더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북한이 어떤 정치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것인지를 미리 대응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의 급변 사태나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비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통일의 장벽들을 하나하나 혁파해 나가는 일이다.

아무튼 북한의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은 현행 북한의 정치권력 구조상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를 두고 ‘리얼리티 쇼’니 뭐니 하는 것은, 북한정권에 큰 이변이 일어나기를 고대했던 희망이 좌절되자 보이는 저들의 낙담에 불과하다.

20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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