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4:26 (목)
경제와 환율
경제와 환율
  • 정 상 편집위원
  • 승인 2010.09.30 1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2년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미 달러화의 금 태환의 포기는,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무역 및 국가 간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환율의 중요성을 급부상시킨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사정이 각기 다른 국가들 간 무역 및 자본거래를 포함한 각종 금융거래의 크기, 그리고 그 실질적 내용을 최종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곧 환율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특정 국가의 환율(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특정 국가의 외환시장에 수급되는 외환의 양이지만, 이점 외에도 금리나 물가수준과 같은 경제적 요인과 함께 정치와 같은 경제외적 요인 또한 환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튼 환율은 국가 간 상품의 교역량뿐만 아니라 금융거래 곧 자본거래의 크기까지 결정한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환율은 외환시장의 자율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국가적 필요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소비를 주도하면서 미국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경우 상품거래로부터 비롯되는 상당한 양의 무역수지 적자를 자본거래를 통해 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자국화폐인 달러화가 모든 국제거래의 기준이라는 점을 이용해 그 동안 통화전쟁, 곧 특정 국가의 환율 수준 결정에 크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85년 이루어진 소위 ‘플라자 합의’다. 이 합의에 따라 일본은 당시 엔화 가치를 단 기간에 40% 가까이 급등시켜야만 했다. 만일 당시 일본이 플라자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 일본경제가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이 같은 가정이 의미 없음을 익히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이유에서다. 즉 당시 일본정부가 그 같은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즉각적이고도 단호하게 일본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조치를 단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의 시기를 맞는 등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했으며, 그 같은 어려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현재 일본경제의 어려움까지 플라자 합의의 결과로 단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 동안 일본 경제사회의 모습 또한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일본사회가 초 고령 사회로 진입한 점이라든가 베이붐 세대의 퇴출에 따른 생산 인구 구조의 변화 등도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과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환율이다. 환율은 가변적이지만 그 가변성을 결정하는 것은 당해 정부의 의지이며, 그 이면에 국력이 작용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 중 간의 환율전쟁이라든가, 일본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직접 개임해 미 달러화를 대량 매입하는 방법으로 엔화가치의 하락, 곧 엔화 환율의 하락을 직접 막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국가의 환율은 특정국가의 경제상황, 곧 국내경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환율은 당장 특정 국가 상품의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본거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주요국들 대부분이 환율변동에 민감한 이유도 이 점 때문이다. 그리고 환율결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세계가 벌이는 통화전쟁의 실체도 환율전쟁이라고 보면 된다.

2010.9.30 / 일평경제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