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브리핑 서재호 기자]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특정 학회에 연구용역을 몰아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이 LH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변창흠 후보자는 LH사장 재임기간 A학회에 총 20건, 79억5천만원에 달하는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변창흠 후보자가 LH사장 직을 수행하는 동시에 A학회 상임이사로 등록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A학회는 6000여명의 개인·단체 회원이 가입돼 있는 국토 개발·도시 계획 분야 학술연구단체로 변 후보자는 2005년 이 학회 이사가 된 뒤 LH 사장 재임 기간에도 상임이사로 활동해왔다.
자신이 상임이사로 등록돼 있는 학회에 수십억원 어치 연구용역이 몰리고, 그 중 일부에 대해 수의계약까지 한 것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행동강령 상 사적 이해관계 신고의무 위반, 특혜 배제 조항,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제의 A학회는 변 후보자의 LH사장 재임기간 동안 단일 기관으로는 LH로부터 연구용역을 최다 수주했으며, 단독으로 수주한 용역만 해도 6건으로 그 금액은 16억2천만원에 달하며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이루어졌다.
또한 변 후보자가 사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LH가 위탁한 합동 연구용역 중 A학회가 공동으로 수주한 건도 14건으로 63억3천만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A학회의 부회장이거나 임원으로 활동하는 업체가 수주한 연구용역도 3건으로 11억4천만원이다.
A학회가 연관된 연구용역 23건 중 수의계약으로 따낸 계약이 13건으로 절반이 넘으며(56.5%), 전체 90억9천만원 중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금액 역시 44억5천만원 절반(49%)에 달한다. LH와 체결한 연구용역 두 건 중 한 건이 수의계약이라는 특혜를 받은 것이다.
한편, 변 후보자가 SH와 LH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세종대학교 교수직을 그만두지 않고 6년째 휴직 상태로 논문심사비를 받는 등 장기 겸직 중인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변 후보자는 본인이 교수로 재직 중이던 세종대학교에 연구용역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변 후보자는 SH사장 재임기간에 세종대에 2건(각 2천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위탁했고, LH사장 재임기간에는 1건(1억5천만원)의 연구용역을 역시 수의계약으로 위탁한 바 있다.
변 후보자는 각종 의혹과 논란이 일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야 문제의 A학회 상임이사직 사임서를 제출했고, 현재 이사회에 해임 안건이 상정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변 후보자의 특정학회 일감 몰아주기 실태가 적발된 것은 비단 이번 A학회 뿐만이 아니다.
변 후보자가 LH사장 재임기간 동안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포함된 B학회에 11건, 36억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고, 국토연구원에 8건, 26억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변 후보자가 2014년 소장으로 재직한 C연구소에도 1건, 2억원의 계약을 체결한 전력이 2020년 국정감사를 통해서 밝혀진 바 있다.
추가로, 송석준 의원은 변 후보자가 LH사장 재임기간 동안 D업체에 6건(수의계약 4건), 23.6천만원의 연구용역, E학회에 6건(수의계약 4건), 19.3억원의 연구용역을 준 것도 확인했다고 송석준 의원은 주장했다.
D업체의 백 모 대표는 변 후보자가 자문위원으로 활동(2016년3월~2018년2월)했던 F학회에서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고 있으며, E학회는 변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했던 세종대의 김 모 교수가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송석준 의원은 “변 후보자가 공공기관에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특정 학회의 상임이사를 사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학회와 업체가 연구용역 일감을 집중적으로 수주한 것은 김영란법 상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어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특정 단체에 연구용역을 몰아주기 위한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