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35 (금)
현대건설·중흥건설·태영건설 광고문구 뿔난 노동자들, “우리는 처용 아니다”
현대건설·중흥건설·태영건설 광고문구 뿔난 노동자들, “우리는 처용 아니다”
  • 이영선 기자
  • 승인 2021.04.23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시사브리핑 이영선 기자]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처용이라는 인물이 있다. 서라벌 즉 경주 시내 밤구경을 하고 돌아와보니 자신의 아내가 귀신과 통정을 해서 바깥에서 노래하고 춤을 췄다는 것이 바로 처용설화이고, 삼국유사에 실린 이야기다.

귀신이 그 모습에 감복해서 다시는 처용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밝혔고, 그 이후 사람들은 전염병이 돌 때마다 처용탈을 쓰고 처용가를 불렀다. 그리고 처용무는 이제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가 됐다.

당신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건설현장에 쓰이는 문구 때문이다.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구다.

그리고 해당 문구의 사진에는 아내로 추정되는 여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같이 이불을 뒤집어 쓰는 사진이다.

해당 문구와 사진의 광고판은 2017년 현대건설 대구 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현장과 2019년 중흥건설 경기도 아파트 현장, 2021년 태영건설 부산국제아트센터 현장에 내걸렸다.

건설노조는 “명품 아파트, 글로벌 건축물을 짓는 곳에서 건설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건설사의 천박한 노동관과 수준 낮은 여성관, 파렴치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배경”이라며 “건설사는 건설노동자들의 땀방울의 가치를 올곧게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는 처용이 아니다

실제로 해당 광고 문구를 본 건설 노동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건설 노동자는 “우리가 처용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저 문구를 보면서 저게 건설안전을 담보하는 문구인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처용은 노래와 춤을 췄지만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는 망치와 벽돌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실제로 노조가 783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설노동자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가 45.1%로 가장 많았다. ‘스스로 자괴감이 든다’(8.4%), ‘여성차별 문제가 있다’(4.7%)는 응답도 이어졌다.

여성계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안내판에는 이불을 덮은 채 눈만 내놓고 있는 여성과 5만원권 돈뭉치 이미지가 있다. 마치 사고가 나기를 아내가 기다렸다는 식의 표현은 여성계로서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여성을 자본에 눈 먼 성적 소유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편이 산재로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다른 남자와 바람 피는 것이 비정상적인 가정 상황인데 그것을 마치 일반화 시켰다는 것이다.

남성은 돈 벌어주는 기계이고, 여성은 그 남성으로부터 돈을 빨아먹는 악마인 것처럼 묘사를 해났다는 점에서 건설노조의 불쾌감과 여성계의 불쾌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