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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오비맥주, 토종 중소기업에 고소당해...이유는?
외국기업 오비맥주, 토종 중소기업에 고소당해...이유는?
  • 이영선 기자
  • 승인 2021.11.2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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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벤 베르하르트(한국명 배하준) 대표이사./출처=오비맥주
오비맥주 벤 베르하르트(한국명 배하준) 대표이사./출처=오비맥주

[시사브리핑 이영선 기자]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외국기업 오비맥주(대표이사 벤 베르하르트, 한국명 배하준)가 토종 중소 수제 맥주업체로부터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 중소 수제맥주 업체 코리아에프앤티는 본지에게 ‘라온’이라는 이름의 자사 상표권이 부당하게 침해됐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냈다고 전해왔다.

코리아에프앤티 관계자는 “오비맥주의 횡포 때문에 자사 제품 ‘라온맥주’의 판매망이 완전히 가로막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오비맥주의 모회사는 벨기에 기업 버드와이저 에이팩(APAC)의 동아시아부문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당연히 국내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명백한 외국계 기업이다.

대표이사인 벤 베르하르트도 벨기에 출신 인물이다. 때문에 매년 배당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국부 유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라온맥주 라인업./출처=코리아에프앤티
라온맥주 라인업./출처=코리아에프앤티

대기업 횡포로 판로 가로막혀

에프앤티는 올해 5월 18일 ‘즐거운’을 뜻하는 순우리말 ‘라온’을 붙여 ‘라온맥주’ 상표출원을 했다. 특허청에 상표권 32류(맥주)로 출원 등록했고, 7월 22일 출원공고를 받았다. 

이후 에프앤티는 ‘라온맥주’를 출시해서 판매를 하려고 했지만 ‘청천벽력’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오비맥주 자회사인 핸드앤몰트가 지난 7월 15일 ‘라온 위트 에일’을 출시했다. 상표 등록 없이 출시를 했고,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빠르게 판매가 이뤄졌다.

또한 ‘라온 위트 에일’은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태연과 김희철 등이 마시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에프앤티의 ‘라온맥주’는 졸지에 짝퉁 브랜드 취급을 받아야 했다.

에프앤티 관계자는 ‘라온맥주’를 접한 소비자들은 어디서 맥주를 구할 수 있냐고 질문을 하지만 이미 국내 유통망은 오비맥주가 장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망을 확보하기 힘들게 됐다고 호소했다.

유통업체에게 찾아가서 라온맥주를 소개하면 오비맥주의 ‘라온 위트 에일’의 짝퉁 브랜드가 아니냐면서 아예 취급도 해주지 않앗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설사 라온맥주를 짝퉁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업계 1위이기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유통업체로서는 에프앤티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억울해 했다.

조금만 검색하면 ‘상표 출원’ 알텐데

오비맥주가 ‘라온 위트 에일’을 상표 출원 없이 출시를 했다는 것은 ‘고의성’이 있다고 에프앤티는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요즘은 특허청에 검색만 해도 ‘라온맥주’ 출원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티는 7월 22일 출원 공고를 받았다.

그렇게 되면 2개월의 기간을 두고 이의신청을 특허청은 받는데 오비맥주는 9월 16일 느닷없이 이의신청을 했다.

‘라온맥주’의 상표등록 완료 예정일이 9월 21일인 점을 감안하면 고의적으로 이의신청을 통해 ‘라온맥주’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아무런 사유 없이 계속해서 이의신청을 연장하는 등의 행태를 오비맥주가 보였다고 에프앤티 관계자는 호소했다.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가 지난 7월 ‘라온 위트 에일’을 정식 출시했다./출처=오비맥주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가 지난 7월 ‘라온 위트 에일’을 정식 출시했다./출처=오비맥주

8개월 시간 벌고, 그 사이 자사 맥주 판매하려고???

특허법인 지담 이숙영 변리사에 따르면 상표 출원에서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특허청이 이를 심사하는데 통상적으로 8개월 정도 소요된다.

즉, 오비맥주는 8개월 정도는 ‘라온’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맥주를 유통시켜도 된다는 이야기다.

에프앤티 측은 오비맥주가 이의신청을 함으로써 ‘라온맥주’ 상표등록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사이 오비맥주는 ‘라온 위트 에일’ 제품을 시중에서 판매를 하는 구조가 되면서 그만큼 이익을 얻고 있다.

국내 맥주 1위라는 대기업 유통망을 바탕으로 자사 맥주를 유통하면서 토종 중소 업체 맥주의 유통은 막혀버린 상태가 된 것이다.

에프앤티 관계자는 “피고(오비맥주)가 이의신청이라는 방법으로 상표등록을 방해하고 있지만, 아직 특허청에 어떠한 사유로 이의신청을 하는지 그 이유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비맥주가 이의신청에 대해 특허청의 결정이 8개월 이후 나오기 때문에 그 사이에 최대한 매출을 올린 후 시장에서 치고 빠지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에프앤티의 판단이다.

손해배상 청구·공정위 제소

이에 에프앤티는 상표권이 부당하게 침해됐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 및 분쟁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기업 맥주업체가 중소맥주업체와 함께 동반성장을 해도 모자를 판에 중소맥주업체를 고사시키는 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뜨겁다.

한편, 지난해 주세법상 종가세가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2015년 21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천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오비맥주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11월 22일 오후 3시 30분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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