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브리핑 이우철기자]막걸리 잔이 오가며 술자리가 얼큰해져 갔다. 슬슬 ‘배우 조재윤’만이 아니라 ‘인간 조재윤’에 대해서도 들어봐야 하겠다는 감이 딱 왔다. 조재윤이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생각들에 대해서 물었다.

현란한 언변은 아니었지만 어떤 질문에도 대답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 전혀 뭔가를 속으로 재면서 내놓는 말들이 아니었다. 아마 막걸리의 도움도 컸으리라.

- 분위기 좀 바꿔보자. 무상급식 투표했나? 원한다면 오프더레코드로 해 주겠다.

아니, 안 그래도 된다. 다만 너무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난 투표했다. '찬성'을 찍었다. 정치논리와는 별개로 내 소신대로 했다. 이게, 무상급식이 지금은 시행하기 힘들어도 나중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 등과는 달리 복지에 관한 일 아닌가?

- 아이돌 그룹은 잘 아나?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물론! 잘 안다. 아~주 사랑한다. 특히 2팀인데 F(x)하고 카라. 젊다 못해 어리지만 다들 프로더라. 음, 딱 한명 꼽자면 설리! 외모가 이상형이다. 하하하

- 촬영장에서 조재윤을 가슴 뛰게 했던 여배우가 있나?

이다해씨. '에덴의 동쪽'에서 악역이었다. 애꾸 역할이라 분장을 하니 한쪽 눈이 안 보이더라. 그래서 격투신을 찍다가 주인공 송승헌씨 얼굴에 상처를 냈다. 가슴 철렁했는데 이다해씨가 와서 오히려 나를 위로하더라. 놀라지 않았냐고... 참 고마웠고 그 이후 촬영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설레더라.

-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주/조연 할 것 없이 말이다. 또 라이벌이 있다면?

주연급은 사실 누구 하나를 딱 꼽기 어렵다. 굳이 꼽자면 성동일 형! 그 사람 대본 그냥 한 번 훑어보고 현장 간다. 그러고 나서 현장에서 한 번 더 본다. 그래도 실수가 없다. 실수는커녕 펄펄 날지 않던가? 얽매이지 않는 연기가 너무 부럽고, 주연보다는 길게 가는 배우를 추구하는 모습도 존경스럽다.

라이벌, 라이벌은... 친한 형들이다. 고창석, 김정태... 이기고 싶다. 그리고 형들도 내게 "넘어서 봐라"라고 격려해 준다.

- 필모그래피에 반드시 '이런 배역 하나는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얼굴을 잘 안다. 그렇기에 폭 넓은 배역을 해 왔지만 소화하기 힘든 역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일단은 김갑수 선배처럼 '나오자마자 죽어도' 기억에 남는 배역을 하고 싶다.

그리고 '바로 그 배역'을 꼭 해야겠다고 한다면,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선배 역할 같은 것이다. 내가 하기 힘든 역할이 있다면, 또 나니까 소화 가능한 부분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 마지막 질문이다. 무릎팍도사 스타일로 가자. 배우로서 최종적인 꿈은 뭔가?

'그래도 사랑합니다'를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찍었다. 선생님께서 "네 칠순에 나만큼만 하객들 모아봐라."고 하시더라. 배우로서 그 연세에 짱짱한 현역 아니신가? 직업배우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그렇게 되고 싶다. 그게 꿈이다.

조재윤의 배우 인생을 막걸리와 함께 음미해 본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조재윤,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미 먼 길을 걸어온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