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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독립자본 영화 제작자들, 정책적 대책 절실
벼랑 끝에 선 독립자본 영화 제작자들, 정책적 대책 절실
  • 이명훈 기자
  • 승인 2011.11.26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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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이명훈 기자] 영화 '사물의 비밀' 개봉 이후, 상영관 문제와 관련하여 눈물의 호소문을 보냈던 이영미 감독과 멀티플렉스 극장의 횡포에 대해 고발하였던 영화사 샘 김동현 대표가 함께 지난 25일 공동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저예산 독립자본의 영화를 제작한 두 영화사의 대표들은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파워배급사들의 자본논리에 밀려 관객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불공정한 극장 상영 현실에 개탄하며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라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소위 퐁당퐁당으로 불리는 교차상영, 홍보기간의 절대적 부족, 상대적 홍보비(P&A) 열세로 인한 상영관 박탈 등 대형 극장의 일방적인 횡포에 대하여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지난 10월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을 내놓으며 불공정 상영 관행에 대해 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실효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난 7월 권고한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에 따르면, 상영자는 계약 영화에 대하여 개봉일로부터 1주 동안의 상영을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만일 상영자가 최소상영보장기간 중 또는 개별상영계약에서 정한 계약상영기간내에 1개의 계약 영화를 다른 영화와 '교차상영'하고자 할 경우에는, 배급자에게 상영기간의 연장 또는 부금율의 상향을 제공해야 한다.

이 경우 연장되는 상영기간은 교차상영일수의 2배로, 상향되는 부금율은 원래 부금율에 10%를 더하게 되어 있다. 상영자가 이러한 조건으로 교차 상영을 요구할 경우 배급자는 이를 응하여야 한다. 다만 상영기간의 연장 또는 부금율의 상향이라는 조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권리는 배급자에게 있다.

이영미 감독은 “상영 일주일은 커녕 단지 하루 이틀 전에 상영될 극장을 통보받고, 수천만원을 들여 제작하는 선재물(포스터, 전단 등)도 블록버스터 영화에 밀려 제대로 비치되지도 못하여 상영 당일 해당 배우가 직접 포스터를 붙이는 일도 일어났다. 또한 교차상영을 시행하는 동시에 관객들이 오기 힘든 심야 시간대에 영화를 집중 배치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영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주일 후면 모든 극장에서 종영될 수 있는 위기적 현실 앞에서 두 영화제작자는 관객을 만날 최소한의 생존권을 되찾기 위해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영미 감독은 이날 자리에서  "좋은 영화를 영화 상영의 기회조차 정당하게 부여해주지 못해 시장논리로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부당한 현실"이라며 “이것은 볼 권리와 보여줄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난 7월 표준상영계약서 권고안을 통해 개봉일로부터 1주 상영 보장, 합의 된 영화를 제외하고는 1개 스크린에서 1개의 영화만을 상영해야 하는 점 등 그동안 지속된 불공정 상영 관행에 대해 시정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대부분 극장에서는 그것을 무시하고 그에 따른 특별한 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권고안은 의미가 없다. 강력한 규제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화사측 손원경PD는 “이영미 감독의 작품은 상업영화와 작가주의의 간극을 좁히려는 새로운 시도라는데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국내 영화의 다양성을 알리는 계기 뿐 아니라 한국대중영화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며 "극장에서 관객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영미 감독은 “고질이라고만 말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소규모 독립자본 영화 제작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으로 개봉하며 피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나 영화동반성장협의회에서 정책적인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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